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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삶이며, 역사다. 문학은 작품으로 만나는 것이지만, 그것은 또한 작가나 공간으로도 만날 수 있다. 작품에서 숨 쉬는 공간은 독자들을 보다 현실적으로 문학과 만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고향으로서의 공간 또한 특별한 의미다. 문학의 근원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그곳은 시대를 뛰어 넘어 작가와 작품을 기억하게 한다. 모처럼의 여유. 소설과 시의 무대가 된 거리를 찾아 산책하거나 작가의 숨결이 깃들어 있는 문학관을 방문한다면 무척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문학 지망생은 작가의 열정과 혼을 느낄 수 있고, 일반인은 테마여행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문학관은 지역 문학인들의 집필․창작의 공간이자 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전북에는 현재 고창 미당시문학관과 김제 아리랑문학관, 군산 채만식문학관 , 남원 혼불문학관, 전주 최명희문학관, 장수 정인승기념관이 있으며, 부안군 부안읍 선은리 신석정의 고택인 청구원 근처에 신석정문학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각 지역의 문학관이 주민들의 문학 생활화의 거점역할을 튼실하게 해 낼 때, 우리 삶터는 한국문학사, 세계문학사에 새겨질 시인과 작가들을 더 많이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탁류를 따라 흐르는, 군산 채만식문학관
일제가 물러난 후 미군이 진주했던 한국 근대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군산. 일제 강점기 민중수탈을 역동적으로 묘사한 소설 『탁류』의 작가 채만식 선생(1902-1950)의 문학관은 『탁류』가 흐르는 금강하구둑에 있다. 작가가 머리맡에 두고 싶었다던 원고지 20권 대신 둥지 튼 텃새와 월세 낸 철새들이 1년 내내 날아드는 문학관은 항구도시와 백제문화권 이미지를 살려 배 모양으로 만들어진 현대식 건축물이 먼저 반긴다.
1층 로비는 선생의 사진을 비롯해 작품 속 군산의 이미지가 묘사돼 있다. 전시관은 선생의 삶과 작품세계, 집필모습, 향로, 집필원고, 편지, 석․박사 논문과 도서 등 전시품이 방문객의 시선을 끈다. 2층은 다양한 모습의 인물사진과 50여명이 관람할 수 있는 시청각 시설. 오페라 탁류와 선생의 일대기를 담은 영상물을 관람할 수 있다. 문학관 앞 백릉광장에는 작품 속 초봉의 아버지인 정주사가 넘던 콩나물 고개를 상징하는 오솔길과 호남평야에서 거둬들인 쌀을 실어오던 기찻길 등이 있다. 멀리 강 건너로 시선을 돌리면 초봉과 정주사의 고향 용댕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상여에도 생화를 썼으면 좋겠다”고 유언을 남길 만큼 꽃을 좋아했던 작가를 위한 국화 꽃밭이 있어 방문객들의 고단한 발품을 놓이게 한다. 문학관 주변은 철새들의 쉼터인 금강하구둑, 철새조망대, 군산온천, 오성산, 십자들녘 등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많아 일석다조(一石多鳥)다. ◦ 주 소: (573-340)전북 군산시 내흥동 285 ◦ 전 화: 063-450-4467 ◦ 관람시간: 화~일요일 / 하절기 9:00~18:00, 동절기 9:00~17:00 ◦ 홈페이지: http://chaemansik.gunsan.go.kr
징게맹게 외에밋들, 김제 아리랑문학관
소설 『아리랑』의 출발점과 그 중심이 바로 여기임을 강조라도 하듯 망망한 김제 벌판 한복판, 옛 벽량초교 폐교 부지에 세워졌다. 지상 2층, 연면적 1백35평의 문학관 내부는 위압적인 외양과 달리 꼼꼼하게 모은 89종 3백50여점의 자료들이 알차다. 1층에 들어서면 아리랑 육필 원고 2만장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원고 탑’이 눈에 띈다. 원고지 오른쪽 상단에 ‘1’이라는 숫자가 선명한 원고 첫 장과 ‘54-74’라고 적힌 원고 마지막장이 문학관의 믿음을 더한다. 2층은 취재수첩과 작품구성 노트, 필기구와 작품 사진 등이 전시됐으며, 특히 ‘1990.4.18 장춘에서 할빈행 열차 안에서 본 벌판의 방풍림들’이라는 제목의 메모와 소설의 배경이 될 장소를 작가가 볼펜으로 그린 그림은 방문객의 걸음을 꽤 오래 멈추게 한다.
작가의 중ㆍ고교 졸업 앨범과 논산훈련소에서 작성한 일기장, 제대증, 평소 가까이 두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도모했다는 호두를 닮은 가래 두 알과 염주, 안마기와 진찰권 등 작가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물품들도 살뜰하게 전시됐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을 위한 창작 스튜디오를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 주 소: (576-822)전북 김제시 부량면 신용리 119-1 ◦ 전 화: 063-540-3934, 540-4990 ◦ 관람시간: 화~일요일 / 9:00~18:00
언어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장수 정인승기념관
일제강점기, 한글사전을 편찬하다 옥고를 치르며 한글 수호에 앞장섰던 국어학자 고(故) 정인승 박사(1897-1986)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기념관. 장수군 계북면 양악리 정 박사의 생가터 바로 앞 1170여 평의 부지이며, 총 14억 원이 투입돼 1층(연건평 130여평) 건물로 조성됐다. 이곳에는 고인이 편찬한 책들과 원고, 생전에 사용한 안경, 도장, 부채, 연적, 책, 노트, 옷 등 유품, 고창고보 재직시 동료 교사들과 찍은 사진 등이 전시되고, 건물 한쪽은 영상시설과 작은 도서관 형식으로 되어 있다. 사당과 동상․유허비, 팔각정 등 시설도 있으며, 남덕유산 토옥동 계곡과 2km쯤 거리에 있어 둘러보기 좋다.
선생은 광복 후 한글학회를 이끌며 21년만에 6권의 '큰사전'을 편찬(1957)했으며, 중앙대․건국대교수, 전북대총장, 학술원회원 등을 역임하면서 한글 가꾸기에 헌신했다. ◦ 주 소: 전라북도 장수군 계북면 양악리 ◦ 전 화: 063-620-6788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고창 미당시문학관
서정주 시인의 시비는 제목처럼 선운사 동구에 섰고, 미당의 친필이 동백꽃 대신 다정스럽게 다가온다. 서정주를 좋아하는 이들은 이 시비를 보러 가는 재미로 설렌다. 이제는 시인이 태어난 선운리 질마재에 미당시문학관이 있어 넓은 마당에 시원스럽게 자리 잡은 이 집을 둘러보는 일도 즐겁다. 여전히 쓸쓸한 ‘친일 논란의 역사’를 안고 있는 미당의 문학관은 생가 옆, 시인 부부가 묻힌 묘소를 마주 보는 자리에 위치해 삶과 죽음을 구분 없이 넘나들던 미당의 시세계를 그대로 기념할 수 있다. 두 개의 전시실과 생가엔 육필 원고와 운보 김기창 화백이 그려준 초상화, 시집․액자․사진․학적부․한복 등 미당의 손때가 묻은 유품 1만여 점이 전시됐다. 그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와 즐겨 썼던 모자에서는 시 한편이 금세 나올 것 같이 생생한 체취가 느껴진다. 또 문인들이 숙박할 수 있는 다용도실과 식당, 세미나실, 오디오․비디오 자료를 갖춘 영상실, 기념품판매점도 갖춘 종합문화공간이다.
22번 국도를 따라가다 선운사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풍천장어집이 즐비하다. 복분자술과 함께 먹는 이곳의 장어구이는 이미 정평이 나있다. 다들 원조를 자랑하지만, 어느 집을 들어가도 그다지 실망하지 않을 듯하다. ◦ 주 소: (585-944) 전북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231 ◦ 전 화: 063-564-1321 / 560-2760 ◦ 관람시간: 화~일요일 / 하절기 9:00~18:00, 동절기 9:00~17:00 ◦ 홈페이지: http://www.seojungju.com
『혼불』의 배경지, 남원 혼불문학관
남원시가 소설 『혼불』의 배경지를 문학코스로 개발한 혼불문학관은 소설의 주요 무대인 남원시 사매면 노봉 기슭에 자리 잡았다. 한옥 형식의 건축물에 너른 정원을 갖춘 입구는 물안개를 일으키는 물레방아가 옛 정취를 풍기며 관람객을 맞이하고, 앞마당에는 조형물과 실개천이 흐른다. 문학관 뒤편은 노적봉과 함께 옆으로 청호저수지와 자그마한 산들이 올망졸망 에워싸고 있으며, 인근에는 주요 무대인 서도역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유물전시관에는 작가가 애용했던 커피잔, 원고지, 의복 등 소품이 전시돼 있으며, 생전에 사용했던 집필실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당시의 사회적 기풍과 세시풍속, 관혼상제 등 각 주제를 디오라마로 연출, 사라져가고 있는 우리의 전통문화와 근원에 대한 그리움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놓은 전시공간은 특히 눈길을 끈다. ◦ 주 소: 전라북도 남원시 사매면 노봉리 522번지 ◦ 전 화: 063-620-6788 ◦ 관람시간: 화~일요일 / 하절기 9:00~18:00, 동절기 9:00~17:00 ◦ 홈페이지: http://www.honbul.go.kr
전북의 문학중심, 전주 최명희문학관
아무리 생애가 멀리 멀리 흘러갈지라도 자기 존재의 근원지를 떠올릴 때면 까닭도 없이 핏줄이 저린다. 작가 최명희(1947-1998). 고단한 삶의 여울, 징검다리 둥지와 같았던 전주의 집들은 지금 깡그리 사라졌지만, 최명희문학관은 생가(生家) 가까운 자리에서 작가가 살아온 기억의 마디마디를 역력히 담고 있다. 문학관은 세상을 떠난 작가가 이 세상에 다시 살러 온 집이기 때문이다.
최명희문학관은 진달래와 철쭉이 차례로 피던 2006년 봄, 그가 나고 자란 전주한옥마을에 세워졌다. 작가가 그토록 귀히 여겼던 경기전과 전동성당, 오목대와 이목대가 있는 곳이다. 아늑한 마당과 소담스런 공원이 있는 문학관은 주 전시관인 독락재(獨樂齋)와 강연장기획전시장인 비시동락지실(非時同樂之室)로 이뤄졌다. 독락이란 당호는 홀로 자신과 대면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경지에서 이룩한 문학의 높은 정신을 기리는 의미다. 비시동락은 말 그대로 따로 때를 정하지 않고 노소동락(老少同樂), 교학상전(敎學相傳)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최명희와 전주, 문학과 전주, 문화와 전주가 만나는 자리들로 이곳은 늘 부산하다. 작가를 중심으로 구성한 전주의 문학관은, ‘내 마음의 전주에 그 옛날의 고향 하나를 오밀조밀 정답게 복원해 보고 싶’어 했던 작가의 세세한 삶의 흔적과 치열했던 문학 혼을 엿볼 수 있으며, 고향에 대한 애정까지 확인할 수 있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작가의 원고와 지인들에게 보낸 엽서편지들을 비롯해 생전의 인터뷰와 문학강연 등에서 추려낸 말들로 이뤄진 동영상과 각종 패널을 만날 수 있다. 한 줄 한 줄 눈이 따르면 곧 마음이 동한다. ◦ 주 소: (560-033)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 3가 67-5 ◦ 전 화: 063-284-0570 (팩스: 284-0571) ◦ 관람시간: 화~일요일 / 9:00~18:00 ◦ 홈페이지: http://www.jjh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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