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건축입문기

현장노동을 중심으로

chamsesang21 2008. 10. 28. 23:46

건축과 관련된 학과에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대략 세가지 진로를 놓고 고민한다
첫째, 졸업후 건설회사에 취업해 건설 현장에서의 근무
두번째,설계용역사무소에 근무한후 건축사되기
세번재, 학문의 정진을위한 대학원 진학후 박사되기
모두 건설현장에서의 밑바닥 생활은 아니며,어느정도 위치에 이미 올라서 있는 지식 노동의 대가로 건축에 대해 말하고 있고 그러길 원한다
나 또한 이러한 진로를 놓고 고민하였으며, 내가 선택한것은 건설현장에서의 근무를 원했다.
나는 지난글에서 건축학과의 원론적인 이론교육에 대해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과정을 비판한적이 있다.내가 졸업후 선택한것은 먼저 건설 회사에 취업한것이 아닌 건설현장의 직영잡부로 들어가 건축의 생리를 내몸으로 직접 두두려 보기 시작했다.
물론 학교다닐때 아르바이트로 건설현장에서 직영잡부로 노동을 한것이 나에게는 큰 경험이었다.가장 힘들게 돈을 벌지만 그 댓가는 일반 아르바이트 직장보다는 보수가 많았기 때문이며,육체노동의 즐거움을 맞보았기 때문이다.
80년대의 흐름은 대학을 졸업후 "현장(민중)속으로"라는 브나로드 운동이 불길처럼 타오르던 시기 였다.나 또한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먼저 건설노동자로의 삶이 어떠한 삶인가를 체험하고 그들과 생사고락을 같이해보면서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이 지식 노동자나 자본가의 돈으로서만이아니라,현장에서 일하는 직영잡부에서부터,기능직 공종별 노동자들에의해 구체화 되어진다는것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싶었던것이다.
졸업후 현장생활을 하면서 맨 밑바닥에 있는 그들의 삶의 동력이 과연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풀렸고(물론 하루하루 먹고사는 힘든 생활이지만 그래도 원초적인 "성"에 관한 인간으로서의 본능과 욕구가 힘든 노동을 말끔히 해소 시켜주고 있었다) 그들의 소중한 땀의 댓가와 현장기술자,건축사의 지식노동과 결합된 좋은 건축물이라는 열매로 나타나는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장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자리잡고 사회보장을 받기까지는 아직도 험난한 여정으로 남아있다. 지금은 건설노조나 건설산업연맹과 같은 단체들이 생겨 건설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건설회사의 오너들은 동상이몽을 꿈꾸고 있는것이 사실이다.이미 수도권은 건설현장에서 중국동포들이 암암리에 불법취업을 하고 있으며, 묵인하에 일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루하루 벌어먹기위해 마지못해 현장에서 노동을 하는것이아닌 육체노동을 하더라도 당당한 직업의 하나로서 즐겁게 노동을 할수 있는 세상, 특히 건설현장에서 과거에는 회사직원과 하도업체, 직영들과의 관계가 수직적인 명령구조 였으나 그나마 지금은 수평적인 협력관계로 발전한것은 고무적인 일이라 할수있다.
지식노동자든 현장노동자든 서로 지위를 떠나서 좋은 건물을 짓기위한 협력자들이다.
수평적인 관계로서 우뚝설수있는 똑깥은 사람인것이다.
현장생활동안 하루하루 노동일기를 쓰면서 미래의 나를 반추하면서 이제 새롭게 시작해야만하는 뒤늦은 초보 기사생활로, 지식노동자로 자리매김하기위해 소중한 현장노동을 경험으로 건설회사의 문을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