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갈의 유래와 효능
젓갈문화권의 배경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곡물문화권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쌀의 성분은 탄수화물이 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소화시키기 위해서는 소금 속의 나트륨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계절 따라 맛을 달리하는 생선들을 잡아 저장을 했고 생선 자체의 질감이나 맛, 그리고 요리의 다양한 응용을 살리기 쉬운 소금으로 삭혀서 저장하는 방식이 발달되어 왔다. 육류소비가 어려웠던 선조들은 이를 대신해 연중 고르게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젓갈을 만들어 낸 것이다. 젓갈은 과거에 황새기젓을 많이 담갔으나 요즘에는 경상도나 전라도에서 많이 쓰던 멸치젓과 새우젓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동해의 명란젓, 명태의 창자를 모아 만든 창란젓, 충청 서산의 명물 어리굴젓과 오징어젓, 대구의 아가미젓 등 지방에 따라 게, 전어, 볼락, 돔, 토하, 낙지들로 향토의 미각을 대표하는 젓갈을 만들어 왔다. 맛에 어울린 효능으로써 젓갈은 칼슘 함량이 높은 알카리성 식품으로 체액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아미노산을 보충해준다. 핵산이 풍부하고 티아민, 비타민B 등도 들어 있다. 젓갈 특유의 감칠맛은 발효되는 동안 젓갈의 재료인 해산물의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기 때문에 이 과정을 거치며 생선의 뼈는 분해되어 흡수되기 쉬운 칼슘 상태로 변하고, 지방은 휘발성 지방산으로 변해 젓갈 특유의 맛과 향기를 내게 된다. 이를 이용한 젓갈김치 맛은 우아함과 신비감을 품게 된다.
젓갈의 종류 및 지역별 특징
젓갈김치의 맛은 크게 북쪽지방과 남쪽지방으로 나누어진다. 평안도 이북의 추운 지방은 덜 맵고 간도 싱겁게 하는 편이고 새우젓과 조기젓 같은 담백한 맛의 젓갈이나 어패류를 넣는다. 그에 반해 남쪽지방은 김치가 맵고 간을 짜게 하며, 젓갈도 멸치젓, 갈치젓 같이 진한 맛이 나는 것을 쓴다. 젓갈류 가운데에서도 주로 새우젓, 멸치젓, 조기젓, 황새기젓은 김치를 담그는 데 많이 쓰인다. 찌개나 국의 간을 맞출 때에는 새우젓을 많이 쓰고 나물을 무칠 때는 멸치젓으로 만든 멸장을 넣는데 간장만으로 간을 한 것과는 달리 독특한 맛이 있다. 새우젓은 단맛, 고소한 맛, 쓴맛이 고루 조화를 이뤄 미묘한 맛이 나며 열량은 낮고 단백질량이 많으며 지방이 적어 담백한 고칼슘 알카리성 식품이다. 새우젓의 이름은 잡는 시기에 따라 나뉘는데 보통 오젓, 육젓, 추젓, 세하젓, 자하젓, 동백하젓 등 종류가 다양하다. 5월에 잡히는 오젓은 새우의 껍질이 두껍고 살이 단단하지 않으며 붉은 색을 띄는데, 주로 조리용으로 사용된다. 6월에 잡히는 육젓은 최상품인데 크고 부드러우며 뽀얀 국물이 특징이지만 어획량의 감소로 점점 귀해지고 있다. 껍질이 부드럽고 살이 많아 연한 새우젓이다. 이를 3개월 정도 숙성하면 깊은 맛이 우러난다. 염도가 높아 김장용으로 가장 많이 애용된다. 추젓은 가을에 잡힌 새우를 발효시킨 것으로 찬바람이 난 후에 저장하기 때문에 덜 짜게 만들며 김장철에 육젓보다는 가격이 저렴하여 널리 이용한다. 세하젓은 아주 작은 새우로 담그며 5~6월, 9~10월 사이에 잡아 숙성시킨 것으로 맛이 좋다. 자하젓은 초가을 잠깐 스치는 새끼새우로 만드는데 연보랏빛이 나며, 부드러운 맛이 있다. 마지막으로 동백하젓은 한겨울 눈 내리는 바닷가에서 잡은 새우로 희고 깨끗하며 작고 선명해 주로 무침용으로 사용된다. 새우젓은 새우의 형태가 변하지 않고 단맛이 있으며 액즙이 하얀색을 띄어 맑은 것이 좋으며 1년 정도 삭은 새우젓은 형태가 살아있지 않으나 액즙이 우유 빛으로 뽀얗고 맑으면 잘 삭은 것이다. 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죽어버린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멸치로 만드는 멸치젓은 천일염을 뿌려 3개월 이상 숙성시킨 후 고운체에 밭쳐 내린 액체를 액젓, 남은 건더기를 육젓이라고 한다. 건더기를 곱게 간 것은 생젓이라 하며, 멸치가 통째로 발효된 것은 마리젓갈이라고 한다. 멸치는 필수 아미노산 함량이 높고 지방이 많아 열량이 매우 높다. 또한 단백질과 칼슘이 많이 들어 있다. 멸치젓에 포함된 유리아미노산은 멸치젓 특유의 풍미와 맛을 지니며 영양 가치도 매우 높다. 멸치젓은 형태에 따라 액젓과 육젓, 담는 시기에 따라 봄철에 담근 것은 춘젓, 가을에 담근 것은 추젓이라고 하는데 춘젓이 더 맛있다. 특히 전라도 추자도 멸치젓은 달고 삭으면 뼈만 앙상하게 남으면서 담홍색의 짙은 액체가 된다. 멸치젓은 뼈가 만져지지 않을 정도로 푹 곰삭아야 하며, 비린내나 기름기가 없고 짙은 갈색을 띤 투명한 윗물이 고여 있는 것이 좋다.
젓갈에 따라 달라지는 김치의 맛
이처럼 여러 가지의 젓갈종류와 각 젓갈의 계절에 따른 맛의 다양성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 중 특히 전라도 지방이 젓갈의 종류가 가장 많아 이러한 자연적 특성에 의해 먹거리가 풍성하고 맛의 다양성으로 번지게 되었다. 전라도 김치는 맛깔스런 음식 맛에 풍류까지 곁들여진 것이 특징이며 김치는 간이 세고 매운맛과 자극적인 맛이 두드러진다. 남도의 따뜻한 기후 때문에 고춧가루, 젓갈 등 양념을 많이 넣어 오래 저장할 수 있도록 하였기 때문이다. 남도김치는 고들빼기김치, 돌산갓김치, 배추포기김치 등이 있으며 주로 생멸치젓을 넣고 양념을 넉넉히 하여 찹쌀 풀로 농후한 맛을 낸다. 또 고들빼기김치나 돌산갓김치는 익은 후에 독특한 제 맛을 낸다. 배추김치 하나 담그는데도 소의 양념을 무엇을 쓰는가, 어떤 젓갈을 이용하는가에 따라 숙성기간을 거치면 다양한 김치맛이 나오는 것이다. 젓갈은 숙성기간과 환경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데 젓갈로 유명한 강경에서는 지하 7미터 깊이의 토굴을 파 그 안에 젓갈을 가득 담은 항아리를 저장해 놓는다. 이렇게 하면 젓갈이 숙성되면서 무기질, 단백질, 지방, 아미노산, 등 영양분이 더욱 강화되기 때문이다. 젓갈을 발효시킬 때 소금으로 버무리는 것은 소금으로 인해 대부분의 미생물이 사라지고, 발효에 필요한 미생물만 살아남아 오랜 시간동안 생선의 단백질을 분해해서 감칠맛을 내고 흡수하기 쉬운 영양분으로 바꾸어 놓기 때문이다. 자연 속에서 얻어낸 재료와 방식으로 다양한 양념과 젓갈을 만들어낸 우리의 선조들. 그 전통식단 속에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오롯이 담겨 전해지고 있다.
글·사진 | 김정임 궁중음식연구원 수강제 회장 사진제공·연합콘텐츠, 엔싸이버 포토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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