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재(archaeological wood)란 인간이 특별한 목적을 위해 상당기간 사용했던 목재로 과거 문화활동의 흔적을 갖고 있는 오래된 목재를 말한다(Florian, 1990). 이것은 목재가 함유하고 있는 수분함량에 따라 일반적으로 건조고목재(dry archeological wood)와 수침고목재(waterlogged archeological wood)로 구분한다. 건조고목재는 고려시대 팔만대장경, 조선시대 목가구, 공예품과 같은 전래품과 고건축물 등이 포함되며, 수침고목재는 해양, 저습지, 토탄층 등에서 출토된 것으로 신안선, 완도선, 태안선과 같은 대형의 선박, 신창동 출토 현악기, 칠기류 등, 태안 마도 출토 목제품, 목간 등이 있다.
수침고목재란 해양, 저습지, 토탄층 등에서 출토된 것으로 목재를 구성하는 주성분인 셀룰로오스, 헤미셀룰로오스와 리그닌이 분해되고, 목재의 성분이 분해된 자리와 목재의 공극이 모두 수분으로 채워진 상태의 것을 말한다. 수침고목재를 고배율 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면 그 특성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사진 1은 분해가 되지 않은 건전한 상수리나무의 세포를, 사진 2는 오랫동안 저습지에 매장되어 있던 함수율이 600%인 수침상수리나무의 세포를 투과형전자현미경(TEM,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e)에서 관찰한 것이다. 수침상수리나무의 경우 세포의 형태는 유지하고 있지만, 산소가 없는 혐기성 상태에서도 연부후균과 세균의 공격을 받아 세포벽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렸으며 분해 잔해물만 남아있고 세포벽이 팽창되어 세포내강이 매우 작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매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침고목재의 최외층(표면에 가까운 곳)의 세포벽은 이와 같다.
수침고목재가 출토되면 수분이 증발되지 않도록 포장하여 보존과학실로 옮겨진다. 보존과학실에 들어온 수침고목재는 물속에 침지하여 보관하게 되는데, 수침고목재에 햇빛을 쪼이게 되면 목재가 산화되어 검게 변하게 되고, 함유하고 있는 수분을 급격하게 제거하면 그 형태가 변형되어 유물로써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또한 한번 건조피해를 입은 목재는 어떠한 방법을 적용하더라도 그 형태를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우리가 아파서 병원을 가면 각종 검사를 통해 질병을 원인을 찾고, 그에 적합한 치료 방법에 따라 진료를 받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보존과학실에 들어온 수침고목재는 보존처리에 앞서 현재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예비조사를 한다. 우선 육안관찰을 통해 유물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사진촬영을 통해 기록을 남긴다. 또한 수종분석, 전자현미경 관찰을 통한 분해 특성 파악, FT-IR와 XRD와 같은 각종 분석 장비를 이용해 화학조성 및 특성을 조사한다. 그 후 이러한 결과를 종합하여 유물의 상태를 진단하고 적합한 보존처리방법과 기간을 결정하여 보존처리를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수침고목재 보존처리의 핵심은 형태유지와 강도를 부여하는 것이다. 수침고목재가 함유하고 있는 수분을 제거하고도 그 형태와 유지하고 강도를 지닐 수 있도록 수분으로 채워져 있던 목재내 공극에 약품으로 치환을 한다. 이때 사용되는 약품(PEG, 설탕, 다양한 종류의 알코올)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접하는 것들로 화장품의 원료와 계면활성제로 사용되는 PEG(Polyethylene glycol), 음식이나 쨈을 만들때 사용하는 설탕(Sucrose) 등은 수침목재를 보존처리하는데 사용되는 아주 훌륭한 재료가 된다.
목재를 단단하게 할 수 있는 약품의 농도와 보존처리 기간은 유물의 상태와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건조방법 역시 구별하여 적용한다. 신안선, 완도선과 같은 대형 선체의 경우는 최소 5년에서 길게는 10년 동안 저농도에서 고농도로 단계적으로 치수를 안정화 시킬 수 있는 약품으로 수분을 치환한 후 오랜 기간동안 일정한 습도를 유지하면서 조절건조를 한다. 그러나 목간과 같은 소형 목제품은 저농도의 치수안정화제로 수분을 치환한 후 동결건조법을 적용하는 사례가 많다. 동결건조법은 수침목재문화재의 보존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즉, 장기간 냉장고에 넣어둔 야채가 말라있는 경우, 또는 우리가 즐거 먹는 인스턴트 식품의 원료인 육류, 어류, 야채, 과즙 등의 장기 보존을 위해 동결건조법이 적용된 것이다. 동결건조된 식품의 경우 수분을 제거했기 때문에 그 형태가 온전한 경우가 매우 드물다. 그러나 수침고목재를 보존처리에는 목재 내 수분을 형태를 유지하고 강도를 부여할 수 있는 약품으로 치환을 했기 때문에 그 형태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태안 대섬에서 출토된 “최대경 택상” 목간을 보면 보존처리 전과 보존처리 후 목간의 형태가 변형 없이 잘 보존처리 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수침고목재의 보존처리에 약품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1976~1984년 발굴조사된 신안선에서 출토된 1017본(本)의 자단목(紫檀木)은 분향로와 고급 공예품 및 가구재로 사용되는 것으로 기건 비중이 0.8~0.85로 기건비중이 0.43인 소나무에 비해 매우 단단한 나무이다. 이렇게 비중이 커 단단한 나무는 비중이 낮은 나무에 비해 해양 충균류 및 부후균과 세균의 피해를 거의 받지 않는다. 이렇게 분해가 되지 않아 단단한 나무의 경우에는 세포를 단단하게 만드는 약품을 이용해 보존처리를 하지 않고 긴 시간동안 목재 내 수분을 조금씩 제거해 주는 조절건조법을 적용해 보존처리를 하게 된다. 이와 같이 같은 유적에서 출토된 목재일지라도 그 상태에 따라 처리 방법을 달리하여 보존처리를 하게 되고 보존처리 후 진열장 밖과 안에 전시되어 관람객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발굴 후 보도자료를 통해 소개되는 수 많은 수침고목재를 박물관의 전시장에서 만나기까지는 짧게는 수개월에서부터 길게는 수십년이 소요된다. 이렇게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앞에서 소개한 것과 같이 유물의 상태를 파악하고 형태를 유지하고 강도를 부여할 수 있도록 약품을 치환하고 건조하는 작업을 거치기 때문이다. 보존처리는 문화재에 생명을 불어 넣는 것으로 출토된 유물의 수명을 연장하는 작업이다. 이것은 단순히 문화재의 수명연장 뿐만 아니라 이것을 통해 과거의 생활을 재연하고 귀중한 정보를 찾아 역사를 규명할 뿐만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중요한 일인 것이다.
▲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수중발굴과 차미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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