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건축과 문화 유산

목질 문화재의 수종분석 [차미영]

chamsesang21 2010. 7. 15. 10:34

문화재칼럼
2010-07-12 오후 04:28


목재는 금속, 석재와는 달리 가볍고, 중량에 비해 높은 강도를 지니며, 비교적 가공하기 쉽고 열 및 전기에 대한 절연효과가 크다. 또한 다양한 색상과 무늬를 나타내며 인간에게 친근감을 주는 친환경 소재로 재생 가능한 자원이며 적절한 환경 조건하에서는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생물재료이다. 그러나 목재는 균, 충 및 기상열화에 의해 분해가 되고 연소되는 단점을 지닌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목재는 생물재료로써 분해되기 쉽지만 습지나 해양 또는 매우 건조한 특수 환경 하에서는 그 형태를 유지하게 되며 선사시대부터 역사시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유적에서 목질 유물이 출토되고 있으며, 고건축물과 목가구 및 생활용품 등이 전해지고 있다.

 

출토되었거나 전해지는 목질 유물의 자연 과학적인 재질분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매우 다양하다(십誠一郞, 2000). 첫째로 수종분석을 통해 특정 시기에 특정 목적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된 수종, 유적 주변의 식생 비교를 통해 유통상황 및 교류를 추정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당시의 식생을 복원할 수 있다. 둘째로 특정한 목적에 의해 가공되어 사용된 가공목의 경우 원재를 이루는 수목(樹木)의 크기, 목재의 벌채 및 절삭 가공법을 확인할 수 있으며 자연목의 경우는 목재의 채취 부위와 개체의 크기를 알 수 있다. 셋째로 나이테 분석을 통해 수피가 남아 있는 가공목의 경우 벌채 시기를, 자연목의 경우 고사의 원인이 된 사건이 일어난 계절을 알 수 있다. 또한 당시의 기온 및 강수량 등 기후 변화를 확인할 수 있으며 기후복원의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넷째로 나무가 살아있을 당시 목재 조직 내로 유입된 방사성 물질과 오염 물질을 검출하여 당시의 환경을 추정, 복원할 수 있다. 다섯째로 유전자 분석을 통해 출토된 목재의 수종을 확인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목질 유물의 재질분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매우 다양하며 여기서는 그중 다섯째로 언급한 목질 유물의 수종분석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연구자에 의해 낙랑고분 출토 목관 등의 수종이 분석된 바 있으나 국내 전문가에 의한 목질문화재의 수종분석은 신안해저유물선을 대상으로 처음 연구되었다(박상진, 1984). 수종분석 결과 신안선의 수종은 마미송(Pinus massoniana Lamb.), 넓은잎삼나무(Cunninghamia lanceolata Lamb), 녹나무류(Cinnamomum spp.) 등으로, 배에 선적되었던 통나무는 자단류(Dalbergia spp.) 임이 밝혀졌다. 선체를 구성하는 마미송과 넓은잎삼나무는 중국 남부의 특산 수종이며, 선적된 통나무인 자단류는 인도 등의 아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수종으로 분석결과를 통해 신안선은 중국남부지방에서 벌채한 목재를 사용하여 건조된 선박이며 선적된 자단류를 통해 신안선의 교역범위를 밝히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였다. 이 연구는 출토된 목질 유물이 갖고 있는 고고학적 가치를 새롭게 인식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으며,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목질유물의 수종분석의 시발점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그림 1과 2를 보아 알 수 있듯이 나무의 모양(수형), 잎, 수피, 꽃과 열매를 보고 나무의 종류를 구별한다. 늘 푸르고 침상의 뾰족 잎과 박편처럼 떨어지는 굵은 수피를 갖고 있는 소나무, 긴타원형의 잎을 가진 키가 큰 나무 중 가을이면 작은 상수리 열매를 맺는 상수리나무는 우리 주변 어디를 가든 쉽게 접할 수 있는 나무이다.




 

그렇다면 수목학에서 나무의 식별 기준이 되는 수형, 잎, 수피, 열매와 꽃 등이 없이 목질만 남아 있는 목질 문화재의 경우 어떻게 수종을 분석할까? 재감의 색, 광택, 조재와 만재로의 이행 경륜경계의 명확성 등을 육안으로 관찰하여 식별하는 방법이 있지만 문화재의 경우는 이러한 방법으로 수종을 분석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대부분의 시료는 현미경적 분석법을 적용하여 수종을 분석한다.

 

수종식별용 시료를 채취할 때는 옹이, 응력재와 같은 결점이 없는 부분에서 최소 연륜이 1개 이상 포함되도록 시료를 채취해야 한다. 또한 그림 3과 같이 목재는 방향에 따라 관찰 할 수 있는 조직의 특성이 상이하므로 횡단면, 접선단면, 방사단면의 시편을 준비해야 한다.

수종분석을 위해서는 삼단면의 시편을 얇은 절편(10~15㎛)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저습지나 해양에서 출토된 수침고목재는 미생물에 의해 세포벽 물질이 분해되고 물에 의해 그 형태만 유지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시료가 부서져 얇은 절편을 만들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수침목재가 함유하고 있는 수분을 alcohol로 탈수를 한 후 paraffin(시료의 상태에 따라 여러 종류의 약품이 사용됨)으로 포매하여 시료를 단단하게 만든다. 만들어진 시료는 microtome을 사용하여 10~15㎛의 절편을 만든 후 시료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침투시켰던 paraffin을 제거하고 조직의 특성을 명확하게 관찰하기 위해 염색을 한 후 봉입하여 영구프레파라트를 만들어 광학현미경 하에서 관찰한다. 현미경 관찰을 통해 시료에서 나타나는 목재 조직의 해부학적 특성을 조사한 후 차상기분기법을 적용하여 최종적으로 수종을 분석하게 된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는 현재까지 9척의 선박을 인양하였다. 그 중 신안선과 진도선을 제외한 7척의 선박이 고려시대의 것이다. 2009년 인양된 마도1호선에 대한 수종분석은 현재 진행 중에 있으며 앞서 인양된 고려시대 선박 6척은 몇몇 연구자가 수종을 분석하였으며 그 결과는 표 1과 같다.



 

표 1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재미있는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 인양된 고려시대 선박의 외판과 저판은 소나무류로 만들어 졌으며 선체의 구조물에는 여러 수종이 사용되었는데 상수리나무류가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고려시대 선박뿐만이 아니라 신석시시대 비봉리 통나무배, 통일신라시대 안압지 배도 소나무로 만들어졌다고 발표된 바 있다.

 

 
 

고선박 전문가들은 소나무는 무르고 가벼우며 상대적으로 가공이 수월하고 부력이 좋아 선체의 외판과 저판을 만드는데 재료로 사용되었으며, 상수리나무류는 재질이 강하여 강도가 크고 무거워 내부 구조물을 제작하는데 사용되었다고 설명한다.

 

연구자들은 수종분석을 통해 단순히 문화재의 수종만을 밝히는 것이 아니다. 일례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고선박 한척의 수종분석 결과는 선박의 건조시 부재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된 수종, 유적 주변의 식생과의 비교 정도의 자료만을 제시해 주지만, 이러한 기초 자료가 하나 둘 축적되면 특정 시대와 특정 시대를 뛰어 넘어 앞선 역사를 통털어 특정 물품을 제작하는데 선택적으로 사용된 수종과 유통 상황을 규명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 목질 문화재의 수종분석은 기록이 부족한 시대의 역사를 밝히고 만들어 가며 선조들의 지혜와 과학을 검증할 수 있는 자료도 함께 축적해 가는 매우 중요한 일인 것이다.





▲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수중발굴과 차미영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