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송참봉마을, 100년 전 민속마을 그대로 재현
정읍시 이평면 청량리에는 시대를 뛰어넘은 신비의 ‘송참봉 민속마을’이 있다.
이곳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우리 선조들의 농경생활을 그대로 옮겨놓았으며 실제로 사람들과 어울리며 민속체험을 즐길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몇 안 되는 보물같은 마을이다.
마을 어귀에는 토종닭들이 끼리끼리 짝을 지으며 뛰어다니고 저쪽 주막에서는 요즘 시골에서도 보기 힘든 아궁이에 불을 때 밥을 짓는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 우리 서민들이 살던 시대로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발견한 보물 같은 조선시대
조그만 언덕 숲을 넘어가니 멀리 보이는 초가마을.
마치 숲 속을 여행하다 4차원의 세계로 빠져 조선시대의 어느 한 시점에 도착한 것처럼 송참봉마을은 최첨단을 살아가는 21세기 시대에 옛 시골마을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멀리서 송참봉이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이한다.
마을에서 송참봉이라 불리는 송기중(62) 씨는 직접 사재를 털어 이 마을을 꾸몄다.
“서울에서 살았지만 고향 생각이 떠나질 않았어요. 머리가 복잡하다 싶으면 혼자서 고향에서 쉬었다 가곤 했죠. 또 제가 역사책이나 옛날 그림, 근대 소설을 즐겨봤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런 곳을 내가 직접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죠.”
지난 2006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3년에 걸쳐 마을을 만들었다. 집을 짓는데 걸린 시간이야 3년이라지만 송참봉은 이 마을을 만들기 위해 무려 15년이란 세월을 쏟아 부었다.
마을 부지 선정을 위해 전라북도 곳곳을 돌아다닌 곳은 기본.
그렇게 이 잡듯 방방곡곡 다니다가 정착한 곳이 바로 이 곳 정읍시 이평면이다.
송전탑과 전봇대 등 현대적 구조물이 보이지 않는 곳을 찾다보니 신기하게도 고향땅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옛 마을의 모습을 재현하려고 전국의 오래된 가옥을 발이 닳도록 찾아다니며 눈에 익혔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양반들이 살았던 기와집이 아니라 우리네 이웃과도 같았던 실제 서민들이 살던 모습 그대로였다.
발품팔아 찾은 시골 빈 집 56채를 헐었다.
그 곳은 마치 보물창고와도 같았다. 돈 주고도 구하지 못할 오래된 구들장과 주춧돌, 맷돌 등 옛날 초가집에 쓰던 재료들이 가득했다.
집을 짓는 사람들도 목수가 아닌 동네 할아버지들을 불렀다.
옛날식 초가집을 재현해야하니 기술보다는 경험과 고증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초가집 기둥은 소나무를 사용했으며 문, 문틀, 창문 등의 재료들도 모두 옛것으로 사용해 장마나 폭설에도 견딜 수 있도록 견고하게 만들었다.
산채와 주막, 서당, 뒷간, 축사 등이 하나하나 세워지며 모습을 갖춰갔다.
마을의 시대적 배경은 1894년 동학혁명 때로 정했으며 마을 이름은 참봉을 지내신 선조의 뜻을 담아 ‘송참봉 민속마을’로 지었다.
양치도 소금물로 밤 중 용변은 요강 이용해야
마을에 들어서면 총 28채의 초가집이 눈에 들어온다.
집들은 숙박체험동 8채, 민속전시관 1채, 식당 및 주방 2채, 서당 1채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밖에도 뒷간, 목욕탕, 농기구 보관창고, 축사 및 정자와 원두막도 갖춰져 있다.
이곳에서 하루 머물기 위해 필요한 돈은 단 돈 만 원. 이마저도 초등학생에게는 반액 세일이다.
끼니는 마을 입구 근처에 주막에서 해결하면 된다.
한 그릇에 오천원하는 참봉밥은 다양한 산채를 이용한 전형적인 시골 밥상으로 구수한 된장국과 어우러져 소박한 맛을 낸다.
음식에 사용되는 재료의 대부분은 이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다.
음식이 담겨지는 용기도 옛날 방식 그대로 질그릇, 사기, 놋쇠 수저, 옹기, 항아리 등을 사용하며 반찬은 재래식으로 직접 담그고 조리한 토속음식을 내며 그것도 계절에 따라 변경해가며 준비한다.
또한 이곳에서 일하는 6명의 직원들은 관광객들이 옛 농민들의 생활과 삶을 몸소 느낄 수 있도록 전통 서민 의상을 입고 생활한다.
지금은 직원들만 이 옷을 입고 있지만 앞으로는 찾아오는 관광객 모두가 입도록 할 계획이다.
전기, 수도를 비롯한 현대의 모든 가공식품과 집기 등은 일체 사용할 수 없으며 세면과 목욕도 비누를 사용하지 않고 씻기만 한다.
양치를 할 때도 치약대신 소금을 사용해 손가락으로 닦는다. 또한 밤에는 마을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호롱불이 불을 밝히고 잠잘 때는 요강을 방안에 둬야 한다.
하지만 전통을 좇는 이 곳에도 예외는 있었으니 그 곳은 바로 화장실.
원형의 민속마을 재현을 위해 처음에는 화장실도 재래식이었지만 관광객들이 민원이 많아 이것만은 현대적 수세식 시설로 양보하기로 했다.
“전북하면 송참봉마을이 떠올라야죠”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알음알음 입소문을 통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아직 시작에 불과한데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아오셔서 감사합니다. ‘어쩜 이렇게 옛 생활상을 잘 담았냐’는 관광객들의 한마디에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하고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송참봉은 앞으로도 15채의 초가집을 더 지을 예정이다. 숙박할 수 있는 시설이 한정되다 보니 학생들이나 회사 같은 단체손님을 수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집집마다 울타리도 만들고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약방, 국밥집, 한과공장 등도 지을 계획이다.
수로를 만들어 물레방아간과 연못도 만들어볼 생각이다.
“갓 걸음마를 뗐으니 여유를 가지면서 하렵니다. 제가 계획했던 일의 50%정도를 이뤘다고나 할까요? 앞으로 하고 싶은 게 무궁무진하니까 조바심 내지 않을 생각입니다. 제게는 믿고 도와주시는 마을 주민들이 있고 함께하는 가족들이 있기에 더욱 힘을 낼 수 있거든요. 전북 하면 송참봉 민속마을이 바로 떠오르도록 열심히 뛸 생각입니다.”
옛 것을 되살리는 일이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사라진 농경문화를 재현하고 선조들의 지혜를 느껴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시설을 갖추고 있는 송참봉 민속마을은 그래서 더욱 보물처럼 소중하다.
[출처 : 전라북도 인터넷 뉴스 "전북은 지금" http://inews.jb.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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