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만 13만여채 신청…수직증축 제한이 ‘벽’ 국토부 “안전 검증 안돼” 업계 “기술 문제 없어” | |
황춘화 기자 | |
1978년 지어진 서울 서초구 방배동 궁전아파트는 국내 리모델링 1호 단지다. 2006년 12월 리모델링을 한 뒤 궁전아파트의 구조와 모양은 확 달라졌다. 내부 통로가 복도식에서 계단식으로 바뀌었고, 북쪽에 배치된 주방은 남쪽으로 옮겼다. 지하주차장을 새로 만들고 지하까지 승강기가 다닌다. 입주자들은 리모델링 비용으로 3.3㎡당 260만원을 들였는데 집값은 3.3㎡당 최고 1400만원 더 올라 크게 만족해한다. 입주자 김인식(63)씨는 “낡은 집에 화장만 하는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큰 효과를 거둬 너무 좋다”고 말했다.
궁전아파트 리모델링을 맡았던 쌍용건설이 지난 22일 새로운 단지 전체 리모델링 사업안과 함께 샘플하우스를 공개했다. 국내 리모델링 2호 단지다. 1978년 준공된 3개동 284가구 규모의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평화아파트가 주인공이다. 가구당 9000만~1억7000만원씩 부담해 가구별로 14.1~26.2㎡씩 넓힌다. 입주민 강태만(49)씨는 “아파트가 오래되다 보니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겨울에는 처가에서 지내는 등 ‘철새생활’을 반복했다. 샘플하우스를 둘러보니 새로 지은 아파트 부럽지 않다”며 기대에 부풀었다.
■ 리모델링 수요 줄줄이 대기 중년을 넘긴 아파트들이 많아지면서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훨씬 돈이 덜 들고 부작용도 적은, 낡은 아파트 주거환경 개선방식이다. 하지만 갖가지 까다로운 규제가 리모델링 사업을 더디게 하고 있다. 한국리모델링협회 집계로는, 지금까지 리모델링을 마무리했거나 착공에 들어간 아파트는 10개 단지 1364채에 불과하다. 단지 전체를 리모델링한 경우는 쌍용건설이 시공한 두 곳 뿐이다. 반면에 입주민들이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신청작업 등 절차에 들어간 아파트는, 수도권에서만 176개 단지의 12만7070채에 이른다. 리모델링 실적이 수요에 한참 못 미치는 셈이다. 정부도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 2007년 리모델링 신청기준을 ‘준공 뒤 20년’에서 15년으로 완화하고, 전용면적의 30%까지 증축을 허용하는 등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수직증축을 허용하지 않는 한 리모델링은 활성화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리모델링협회 차정균 사무총장은 “수직증축을 허용하지 않으면 직사각형으로 앞뒤가 길쭉한 기형적 아파트가 탄생한다”며 “가구 수를 늘리기 위한 수직증축이 아닌 3베이(방2개와 거실이 전면에 나란히 배치된 평면)등 주민이 원하는 형태로 리모델링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주택법은 리모델링 때 1개층을 ‘필로티’(건물 1층을 비운 구조)로 할 경우에만 1개층을 더 올릴 수 있도록 허용할 뿐 더 이상의 수직 증축은 금지하고 있다. 이유는 수직증축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주택건설공급과 정문수 주무관은 “정부는 리모델링 활성화를 기본방침으로 정하고 있지만, 수직으로 건물을 올렸을 때 건물이 하중을 감당할 수 있는지 검증되지 않아 규제완화는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국토부는 내년에 전문연구기관에 수직증축의 안전성 관련 연구용역을 의뢰하고 관련법령 개정을 검토할 방침이다.
■ 건축기술의 발전 감안해야 그렇다면 기술적으로는 어느 정도까지 리모델링할 수 있을까. 건설업계는 지하 3층, 지상 3층까지의 증축은 기술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 쌍용건설은 평화아파트 리모델링을 설계하면서 1층을 필로티로 변경하고, 위로 1층을 올렸다. 진도 6.5의 지진까지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도 했다. 또 기존 건물의 골조를 유지한 채 지하 2층을 파 내려가 지하주차장도 만들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위로 너무 많이 올리면 비용이 급증해 리모델링의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지는 만큼 증축을 하면 3개층 정도 높이가 적정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건축전문가들도 획일적 규제의 개선을 강조한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관계자는 “수직, 수평 증축이 기술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는 만큼 일률적으로 금지하기보다는 안전점검 뒤 골조 상태에 맞는 선까지 증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재건축사업은 집값 상승을 불러오고 주민들의 재정착률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윤영선 연구위원은 “재개발·재건축은 투기 수요가 들어오면서 많은 원주민들이 쫓겨나 더 나쁜 환경으로 몰리게 되지만, 리모델링은 적은 비용으로 기존 주민들의 주거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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