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그림은 무엇일까?
[ 출처 : 한국의 배 ]
아마 망설이는 사람이 별로 없을 듯 싶다. 생각했듯이 거북선이다.
그렇다면 다음 두 그림 중에 우리나라 배는 어떤 것일까?
[ 출처 :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홈페이지 ]
답을 쉽게 찾으셨는가? 답은 첫 번째 그림이다. 이 두 그림은 현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 전시되어있는 발굴선박의 복원도인데, 첫 번째 것은 우리나라 배인 완도선이고, 두 번째 것은 중국의 배인 신안선이다.
우리는 거북선은 알면서 우리나라 배가 어떤 모습인지는 잘 모른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지금 현재 우리나라 배를 보고 자란 사람은 없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이전시대만 해도 우리나라는 전통형태의 배를 만들고 사용해왔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우리나라배의 마지막 흔적을 일제강점기 시대에 우리나라 배에 대해 조사한 『어선조사보고서』라는 책을 통해서 접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우리나라 배를 연구하는데 귀한 자료가 되고 있지만, 처음 이 보고서를 발간한 이유는 우리나라의 배가 열악한 구조라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정책이 그대로 먹혀들어 우리나라의 배를 더 이상 만들지도 사용하지도 않게 된지 수십 년이 흘러버렸으니 참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 배가 완전히 기억너머로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역사책에서 이순신장군의 거북선에 대해서 수 없이 많이 배워왔고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거북선 그림을 보면 금방 알아볼 수 있다는 걸 이미 확인하지 않았는가? 게다가 바다속에서 잠들어 있던 배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면서 문헌과 그림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배는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가 앞에서 봤던 거북선은 우리나라의 배의 역사 중에서 한 시대에만 쓰였으며, 또 그 시대의 배들 중 한 종류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막막해 질 필요는 없다. 거북선에서 제일 유명한 용머리와 거북이 등처럼 생긴 상부구조만 지워내면 한선의 일반적인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게 되니까 말이다.
다음 그림들을 보자. 모두 조선시대에 배를 그린 그림들인데, 첫 번째 그림은 거북선, 두 번째 그림은 판옥선, 그리고 세 번째 그림은 조운선이다.
[출처 : 한국의 배 ]
거북선과 판옥선은 잘 알려진대로 해전시 사용한 전선이고, 조운선은 세곡들을 운반하는데 쓰인 선박이다. 다른 용도로 쓰여지고 있고 상부의 형태에서는 차이를 보이지만 배의 기본적인 모습은 같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가옥을 한옥이라고 부르듯, 이런 우리나라의 배를 총칭하여 한선(韓船)이라고 부른다.
좀 더 자세히 한선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배는 배의 형태를 이루는 부분과 이동과 정박을 위한 부분, 사람의 활동을 위한 부분으로 크게 세 가지의 부분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한선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첫째로, 배의 형태를 이루는 부분의 구조는 저판, 외판, 선수판, 선미판 등이 있다. 집으로 비유하자면 바닥과 벽체로 볼 수 있는데, 저판이 배의 바닥을 이루고 나머지 구조가 벽체를 이룬다고 보면 된다. 한선은 평저형 저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데, 평저형이란 말 그대로 바닥이 평평하다는 뜻이다. 한선이 평저형이 된 까닭은 우리나라 해안이 조수간만의 차가 크기 때문에 물이 빠진 다음에도 배가 넘어지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 출처 :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
한선에서 벽체역할을 하는 구조 중 선수판과 선미판은 말 그대로 배의 앞부분과 뒷부분을 이루고 있는 구조이며, 외판은 배의 양옆을 이루는 구조이다. 배는 집과는 달리 네모반듯하게 지어져서는 제 역할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물이 자연스럽게 감싸 흐를 수 있도록 외판은 곡선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외판이 곡선의 형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양쪽 외판을 연결하여 잡아주는 구조가 필요한데, 한선의 경우에는 멍에와 가룡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두 번째로 배의 이동과 정박을 위한 부분의 구조로는 돛과 닻, 치, 노 등이 있다.
[ 출처 :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
옛날에는 바람을 이용해서 배를 움직였기 때문에 바람의 사용을 위해서는 돛이 필수였다. 한선에서는 돛을 하나 또는 두개를 사용하였는데, 하나일 경우 배의 한 가운데에 세우는 게 대부분이다. 바람을 이용하여 배를 움직일 때 그 방향을 조절하기 위해서 사용된 구조가 치인데, 비유하자면 자동차의 핸들로 생각하면 되는 구조로, 배의 뒷부분에 설치되었다. 노는 많이들 알듯이 사람의 힘으로 배를 움직이는 구조물로, 바람이 없거나 배를 정박할 때 등 천천히 움직여야 할 때 썼던 것이다. 닻은 배를 정박시켜놓기 위한 구조인데 이것역시 자동차로 비유하면 사이드 브레이크정도 되겠다.
마지막으로 사람의 활동을 위한 부분의 구조가 있는데, 주로 배의 내부와 상부부분의 구조로 배의 쓰임에 맞게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앞서 살펴본 조선시대 그림에서도 그것들을 조금씩 확인할 수 있었지만, 아직은 연구가 많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렇듯 한선의 기본적인 구조는 배의 종류를 막론하고 비슷하지만, 한옥이 지역과 계층에 따라 조금씩 다른 형태를 띠고 있으며, 시대에 따라 변화·발전되었듯이, 한선역시 건조되었던 지역과, 사용영역, 쓰임에 따라 다른 형태를 가졌을 것이며, 시대에 따라 변화·발전되어 왔을 것이다. 다른 우리의 전통문화에 비해서 한선은 너무도 완벽히 우리의 일상에서 사라져 버려서 더 많은 관심과 시간을 필요로 하겠지만, 갯벌에 잠자고 있던 선박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니 언젠가는 그 모든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잊혀져가던 한옥이 다시 각광을 받는 것처럼 한선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다면 장보고, 이순신의 신화를 완벽히 재현해 낼 수 있는 날이 좀 더 빨리 오게 되지 않을까?
▲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해양유물연구과 최유리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