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건축과 문화 유산

자전거로 둘러보는유적도시

chamsesang21 2010. 9. 14. 18:37

월간문화재사랑
2010-08-12 오후 04:36




천년고도의 숨결 경주

본디 선인들의 발자취를 둘러보는 데 알맞은 이동수단은 느리게 걷는 것이다. 느릴수록 오래 머물수록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제대로 보고 느끼고 빠져들 수 있다. 자전거는 걷기에 비해 훨씬 광범위한 코스를 구석구석 돌며 다양한 문화재 감상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탁월한 이동수단이 된다. 경주시는 전체가 박물관으로 일컬어지는 유적 도시로, 992년간 신라의 중심도시였다. 빼곡하게 들어찬 문화유적들 사이로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둘러볼 수 있게 다양한 코스가 마련돼 있어 전국에서 라이더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문화유적지들을 촘촘히 연계해, 총 95㎞에 이르는 6개의 자전거 코스가 현재 만들어져 있다. 코스별 주요 유적지 주변마다 모두 25개의 자전거 보관대를 설치해 이용자들이 자전거를 세워두고 유적을 둘러볼 수 있게 했다. 대여소도 많다. 경주역과 버스터미널, 신라문화체험장 옆 등 시내 52곳에 마련된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라이더들이 주로 찾는 코스는 두 가지. 시내 중심부의 비교적 평탄한 지역을 한 바퀴 도는 15㎞짜리 초·중급자 코스와, 하천길을 포함해 좀 더 외곽을 도는 30㎞짜리 중급자 이상 코스다. 15㎞짜리의 경우 일부 도로 구간, 논밭 길 경사 구간 등에 주의한다면,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자녀와 함께 가족 자전거 탐방을 즐길 수 있는 코스다. 어느 코스를 택하든 모두 수려한 경관과 즐비한 신라 유적을 거치게 되어 있다. 신라문화체험관에서 출발해 첨성대~계림~월성~석빙고, 선덕여왕릉~들판길~보문동, 당간지주~진평왕릉~황복사 터 삼층석탑~분황사 터~황룡사 터를 거쳐 신라문화체험관으로 돌아오는 15㎞ 코스를 달려 본다. 찬찬히 둘러보며 쉬기도 하려면 3~4시간 정도 잡는 게 좋다. 참고로 대릉원 앞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1일용 7천원, 1시간 3천원, 3시간 5천원이다.



인도에 표시된 자전거 길을 따라 출발해, 첨성대로 향한다. 매표소 앞에 자전거를 대놓고 들어간다. 첨성대는 1300년 풍상을 견뎌낸 고대 천문관측 시설. 별 관측소라기보다는 선덕여왕이 하늘의 뜻을 알기 위해 지은, 권위를 위한 건축물이라고 한다. 경주 김씨의 시조 김알지의 탄생설화가 서린 소나무숲 계림을 지나 월성을 내려와 차도를 따라 안압지를 거쳐 낭산으로 향한다. 낭산狼山은 해발 100m 남짓의 작은 산이다. 이 산기슭에 선덕여왕의 능이 있다. 선덕여왕릉은 울창한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다. 자전거는 산길로 올라야 한다. 길이 험하고 가팔라 끌고 오르는 게 편하다. 텔레비전 드라마로 유명세를 타면서 지난해부터 선덕여왕릉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낭산을 내려오면 자전거 길은 좌우로 논이 펼쳐진 들판으로 접어든다. 널찍한 들판 길로 페달을 밟는 기분이 상쾌하다. 당간지주를 거쳐 진평왕릉으로 페달을 밟았다. 진평왕릉 주변 풍경은 아름드리 팽나무 무리가 키워준다. 능 옆엔 소나무·버드나무도 있지만, 능을 둘러싸고 서서 저마다 깊고 짙은 그늘을 드리운 팽나무들 자태가 그림 같다. 황룡사 터 옆길을 따라 인도로 자전거를 달리면, 출발했던 신라문화체험관으로 돌아오게 된다.

경주시청 문화관광과 (054)779-6395.      
경주시청 문화재과 (054)779-6063



찬란한 금강변의 역사 공주

서기 475부터 538년까지 백제의 고도 웅진성이 있던 곳이다. 공주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는 공산성이 옛 웅진성의 자리로 여겨진다. 금강변에 곰나루가 있는데, 공주란 지명이 여기서 비롯했다고 한다. 공주나 공산성의 ‘공’, 금강의 ‘금’이 모두 ‘곰’에서 바뀐 말로 보는 이들이 많다. 공주 문화유적을 둘러보는 자전거 코스는 시외버스터미널 앞 금강 둔치에서 시작해 금강철교~공산성~송산리고분군~공주박물관~곰나루~정지산터널~금강철교~시외버스터미널로 돌아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공주 시외버스터미널 앞쪽 금강 둔치에 자전거 무료 대여소가 있다. 신분증을 맡기고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승용차로 자전거를 가져갈 경우 공산성 주차장에 차를 대고 공산성을 먼저 둘러본 뒤 위와 같은 코스를 따라 돌아오면 된다. 여기에 더 보탠다면 시내 남쪽의 반죽동 당간지주와 우금치 전적지 등을 코스에 넣을 수 있다. 참나무숲 울창한 공산성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유적들이 즐비하다. 자전거로 둘러볼 수도 있으나 일부 구간엔 계단 등이 있어 다소 불편하다. 선정비·불망비 무리 지나 산성 서쪽 문인 금서루를 들어서면 아늑한 숲길이 이어진다. 공산성은 금강변 남쪽 해발 110m 야산에 자리잡은 둘레 2.6㎞의 성곽이다. 공산성 서문 앞에서, 무령왕릉에서 나온 왕의 발 받침대를 본떠 만든 ‘무령왕릉연문’을 지나 왕릉로 따라 1.5㎞ 달리면 송산리 고분군이 있다. 백제 웅진시대 60여 년 동안 왕과 왕족이 묻힌 곳이다. 무령왕릉도 이곳에 있다. 부드럽게 이어진 능과 능의 곡선미를 감상하며 자전거를 몰 수 있다. 맞은편 금강변의 공산성도 바라다 보인다. 송산리고분군 옆 공주박물관에서 나와 관광단지길을 건너면 논밭길 따라 금강변 고마나루로 이어진다. 곰나루관광지를 지나 정시산 터널을 거쳐 다시 공산성 앞쪽으로 돌아오게 된다.

공주시청 관광축제과 (041)840-2835  




연꽃향기 그윽한 부여

충남 부여는 백제 성왕 때 공주에서 수도를 옮겨 사비시대를 연 고도이다. 백제의 마지막 왕성인 사비성은 현 부여읍 쌍북리 부소산성을 말한다. 부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작해 정림사 터~부여박물관~궁남지~가탑교~능산리고분군~부소산성 거쳐 다시 터미널로 돌아오는 11㎞를 많이 이용한다. 자전거 전용도로와 인도를 따라 설치된 겸용도로, 뚝방도로, 공원길 등을 두루 통과하는 코스다. 일부 자전거 길이 만들어지지 않은 2차선 도로를 따라 주행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정림사 터는 고려시대 절터인데, 정림사지 5층석탑, 석불좌상 등을 만날 수 있다. 정림사지 5층석탑은 백제시대의 대표적인 석탑으로, 국보로 지정돼 있다. 부여박물관에선 백제금동대향로 등 백제시대 출토 유물들을 볼 수 있다. 입장료 1천원. 궁남지는 사비성 남쪽에 판 연못이어서 붙은 이름. 이 연못은 경주 안압지보다도 40여년 앞서 만들어진 최초의 연못이라고 한다. 백마강변 언덕의 부소산성은 백제가 멸망할 때까지 수도였던 곳이다. 산성은 돌과 흙을 섞어 쌓았다. 정상의 사자루와 영일루, 고란사, 그리고 삼천궁녀의 애달픈 전설이 깃든 낙화암과 바위절벽 위에 자리한 백화정 등이 산성에 있다.   
               
부여군청 문화관광과 (041)830-2010





서동요 얼 깃든 백제문화 익산

전북 익산에선 마한시대, 백제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등 여러 시대에 걸친 문화재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유적지들이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왕궁면·금마면 등에 흩어져 있어 자전거 이동이 수월한 곳은 아니다. 미륵사 터와 무왕·선화공주의 무덤으로 전해오는 쌍릉마을의 무왕릉, 익산토성, 왕궁리 5층석탑 등 왕궁리 유적지를 돌아보고 다시 미륵사 터로 돌아오는 코스를 잡아볼 만하다. 금마면 미륵산 남쪽의 미륵사 터 일대는 옛 마한의 도읍지로도 추정되는 곳이다. 미륵사는 백제 무왕 때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절로, 추정 면적이 국내 최대 규모로 알려진다. 무왕과 선화공주 설화가 깃들어 있다. 대형 석탑인 미륵사지석탑과 미륵사지 당간지주를 만날 수 있다. 미륵사지석탑은 높이 14m가 넘는 대형 탑으로 국내 석탑 중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익산시청 문화관광과 (063)859-5272


글·사진 | 이병학 한겨레 문화부 여행담당 기자  
자문·박용기 문화재청 고도보존팀 사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