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의 정비 기법
앞의 칼럼에서는 사적 정비에 대한 이해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몇가지의 방향에 대하여 논하였다.
본고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사적 정비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사용되는 “사적 정비 기법”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사적 정비 기법의 장단점을 살펴보는 것으로 단편적이긴 하지만 정비에 관한 일말의 지식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사적의 정비기법은 크게, 발굴 유구 등을 포함한 사적을 보존하기 위한 ‘보존 기법’과 사적이 가진 가치를 나타내기 위해 다양한 기법을 사용한 ‘표현 기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통상 발굴 후, 성토 또는 복토에 의한 보존조치는 즉시 취해지지만, 사적을 정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고, 보존조치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이는 사적의 파괴로 이어지기 때문에 발굴 시, 또는 사적 지정 시에 가능하면 정비를 염두에 둔 발굴조사와 보존대책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본고는 계획상 ‘보존 기법’과 ‘표현 기법’을 다루려고 하였으나, 아무리 간략한 설명을 하여도 지면의 한계가 있어, 본고에서는 사적의 ‘보존 기법’만을 다루고, 이후 별도의 기회에 사적 정비에 있어서 ‘표현 기법’을 다루기로 한다.
사적의 보존 기법
사적의 구성요소에는, 크게 유구가 지상에 표출되어 있는 것과 지하에 매장되어 있는 것의 두 종류가 있다. 전자는 목조 및 석조로 구성된 건조물 및 구조물 등이 있으며, 후자로는 지하에서 발견되는 흙, 돌, 나무가 있다.
이러한 것을 대상으로 하는 사적의 보존은 복토·성토에 의해 지하유적을 보존하거나, 대상 사적 내 역사적 구조물 또는 유구의 열화 및 풍화·파손 진행 속도를 억제하거나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역사적 구조물이나 유구에 실시하는 보존 처리가 있다. 또한 잔디·수목 식재로 대상 사적을 피복함으로서 지하유적을 보존하는 식재·식림으로 나눌 수 있다.
그 외, 사적의 위치에 따라 법면 보강 기법이 있으며, 이러한 기법들과 함께 주변환경을 개선함으로서 유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주변환경개선 기법 등이 있다.
이러한 사적의 보존 기법은 대상 사적지의 유형, 특징, 정비 방침에 따라 그 기법 및 범위가 달라지게 된다.
2.1 성토
유구 보존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흙으로 피복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효과가 높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유구면 성토로 유구의 보존이 가능하다.
그림 모래주머니에 의한 유구 보존 유구 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성토는 유구 양생층과 그 위에 보존상 필요한 두께까지 하는 성토층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유구면에 토목섬유를 사용하여 유구면을 보호하는 시공을 하기도 한다.
유구 양생층은 유구가 존재하는 층과 성토층 사이에 유구면의 형상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보존하기 위해서 실시하는 토층으로 모래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단 바다모래는 염해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강모래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성토에 있어서는 지역의 특성에 따라 한냉지에서 추위에 의해 유구가 변형될 염려가 있기 때문에 동결 심도보다 두터운 성토 두께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2.2 법면 보강
사적은 다양한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중 사적이 법면으로 둘러싸인 곳, 또는 법면 위에 위치한 곳 등에서 암반 및 토지의 유실 및 붕괴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사적의 보존을 위해 법면의 붕괴방지 조치는 토목적인 검토를 하게 된다. 법면 등의 붕괴방지를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법면 식재, 토사방지 옹벽, 법면 프레임 등의 설치를 생각할 수 있으나, 이러한 공법은 유적의 경관에서 볼 때 적절치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유적이 가진 가치의 보존에 영향이 적은 곳과, 토목적인 공법 이외에 붕괴방지 처리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적용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법면 전체에 걸친 토목적인 조치가 취해지므로 유적의 보존에 적절한 재료·공법이 채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으며, 토목적인 공법에 전통적인 공법을 병행하면서, 개별 상황에 따라 적절한 기술을 선택해야 한다.
2.3 보존 처리
유구가 훼손 또는 파괴되어 있는 경우, 또는 유구 보존은 유구의 열화 및 풍화, 파손이 진행되는 속도를 억제하거나 그 진행을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유구 자체에 실시하는 보존 처리와, 유구가 훼손 또는 파괴된 경우에 그 진행을 억제하기 위해 유구 주변의 환경을 개선하고, 보존이 가능한 조건을 갖추는 보존 환경의 개선의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기법은 정비 후에 유적을 노출시켜 전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많이 사용된다.
그 외 유구에 직접적으로 처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유구 주변의 다양한 환경을 개선하고 보존상 필요한 조건으로 정비하기 위해 유구의 보존을 위해 실시하는 성토를 포함, 적절한 배수시설을 설치하는 보존환경의 개선도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보존처리의 범주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
그러나 유구에 관한 보존 기술은 완전히 확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어서 개별 유적의 성질 및 보존에 관한 상황 등에 따라 가장 유효하다고 생각되는 공법·재료 등을 신중히 선택하고, 실제로 시공하기 전에 반드시 시험적인 조사를 거쳐 유효성과 영향에 관해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충분한 경과 관찰 및 적절한 유지관리를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2.4 식재
식재에 의한 보존은 지하에 매장된 유적이 외기로부터 받는 악영향을 피하고 그 보존 상태를 양호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식재는 유구의 상면에 적절한 두께의 피복층이 확보되도록 지반을 조성하고 이 조성된 피복층에 의한 악영향이 없도록 충분히 주의한다.
유적 정비의 보존 방법 중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드잡이로 주변의 석재 등을 바로잡아 정리하고 잔디 식재로 지표면을 피복하는 방법이었으나 석재로의 영향을 고려하여 최근에는 삼화토를 사용하여 마감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또한 주변의 환경을 개선함으로서 사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적절히 제어하는 수법이 사용되도록 하는데 적절한 간벌과 보충 식재 등의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이에는 지하유구에 수목 뿌리의 영향이 없도록 하고 우수 등이 침투하기 않는 정비가 되도록 한다.
사적 보존 기법의 장점 및 유의점
이상과 같이 사적 정비에 있어서 보존 기법을 간단히 살펴보았다. 사적 정비에 있어서 기본적인 보존 방법은 사적지나 유구를 보호하기 위한 성토이며, 이와 병행하여 배수와 식재의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적인 기법이라 할 수 있다. 그 외 유적 보존에 있어서는 보존과학적인 관점에서 사용되는 최근의 기법을 응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상 위의 내용에서 살펴본 내용의 장점과 유의점 등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유구 보존
①복토, 성토
사적지나 발굴유구를 보호하기 위하여 행하거나 사적지 정비를 하기 위해 성토하는 수법.
2)법면 보강
①법면 보강
경사지의 붕괴나 유실을 방지하기 위하여 행하는 토목공학적인 수법.
3)노출유구, 구조물 보존
①보존 처리
역사적 구조물(석조 등)의 풍화·열화, 발굴 유구를 되뭍는 경우, 또는 유구 노출 전시에 따른 면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는 등 보존 과학적 조치를 취하는 수법.
②환경 개선
역사적 구조물 또는 유구 주변의 수계를 적절히 조절함으로서 간접적으로 훼손을 방지하는 수법.
4)식재
①식재
잔디나 수목의 식재에 의해 주로 지하에 매장된 유적이 외기로부터 받는 악영향을 피하고 그 보존 상태를 양호하게 유지하는 수법.
②환경 개선
식림 또는 식재 후, 적절한 간벌과 보충을 하면서 생태계를 유지시키거나 사적 환경을 개선시키는 수법.
▲ 문화재청 보존정책과 김철주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