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재미나는 세상이다. 이중잣대, 삼중잣대가 난무하는 사회에 살다보니 그냥 흘러나오는 말이다.
최근에 어떤 여자 연기자가 자살을 했는데, 어떤 불법적 압력이 그 자살에 작용했을 것이란 단서를 잡은 경찰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필적 감정은 물론이고, 고인이 남긴 글에 나오는 내용들을 하나 하나 추적해 가는 모양이다. 그뿐이 아니다. 어제 뉴스를 시청하다가 얼핏 들으니, 고인의 휴대폰 통화내역 9만여 건을 일일이 조사하여 진실을 밝히겠다는 적극성을 보인다. 저렇게 열심이니, 아마도 사건의 실체가 조만간 드러나지 않을까 한다. 물론 경찰이 자기들이 밝힌 내용을 어느 선까지 발표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믿음이 가는 구석이 없지만서도 말이다.
그런가 하면,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이 밝혀져 이 또한 시끄럽다. 엉덩이가 질긴 사법당국은 요리조리 끝까지 미적거리다가 월요일에 마침내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개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였다. 너무나 미흡하기 짝이 없는 조사였지만, 그래도 이 정도나마 사법당국이 과실(?)을 인정한 것은 여론의 힘과 사법부 내부의 일부 반발 때문이었을 것이다. 즉 스스로 환골탈퇴하려는 모습은 끝내 보여주지 않았다.
신영철 대법관이 재판 개입을 주도한 최고 원인자라고 한다면, 삼척동자도 웃을 일이다. 개나 소도 인간을 아주 우습게 알고, 차라리 이런 더러운 인간들의 굴레에서 벗어나자며 동물농장 봉기를 재현하려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말이 안 돼 웃긴다는 얘기다.
그런데 더 기가막힌 기사를 방금 전에 하나 읽었다. 오늘 한겨레 기사인데,
홍일표 한나라당 의원은 “젊은 판사들을 자주 만나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난 가을 국정감사 자리에서 신영철 대법관을) 질타했다.
는 내용의 기사가 바로 그거다.
민주공화국에서 국회위원이라는 자가 어떤 마음이면 저런 무식한 말을 공개석상에서 내뱉을 수 있을까? 홍 의원의 머리속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저 발언은 곧 신영철 대법관에게 재판에 개입하라는 공개적인 협박임이 분명한데, 이 땅에는 그것을 문제삼는 이가 거의 없다. 그래서 아주 재미있는, 솔직히 말하자면 아주 웃기는 사회라는 거다. 도무지 상식이라고는 눈을 씻고 보아도 잘 보이지 않는 황량한 무법천지 사회다.
사법당국은 도마뱀 꼬리 자르기식 조사를 당장 집어치우시라. 그리고 당장 분당경찰서에 가서 그곳 일선 경찰들에게 수사의 기초정석을 배우시라. 그리고 당장 신영철 대법관의 휴대폰 통화 내역을 확보하여 조사하시라. 눈앞에 해결방안이 있는데도 모르는 채 하는 것은 직무유기요, 불법조장 행위다.
이 땅의 사법부가 연예인보다 더 잘하는 게 하나 있다. 그건 바로 국민들을 아주 "웃겨주는" 재주다.
이 땅의 사법부가 연예인보다 못한 게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심각한 외압으로 인해 자기 인생이 비참하게 느껴져도 자살을 택하는 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출처: 한겨레 초기화면 (2009.3.18)
저 얼굴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저 얼굴 뒤에는 누가 숨어 있을까?
ㅎㅎ 핸드폰은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