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자유롭게 쓰는 이야기

전라북도 장수 한누리시네마

chamsesang21 2012. 5. 11. 14:08

 

어벤저스3D를 단돈 8천원에 보는 방법? 장수한누리시네마에서는 가능하다!


장수군은 오지 마을의 대명사인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에 속하는 첩첩산중마을입니다. 인구가 겨우 2만을 넘으니 농담으로 '장수군을 달리다보면 3km를 달려도 사람 한 명 마주치기 힘들다' 할 정도로 사람 귀한 동네지요. 이런 마을에 어벤저스3D'와 같은 최신영화를 상영해주는 영화관이 생겨 전국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바로 '한누리 시네마'가 그 주인공.

‘인구도 몇 되지 않는 산골마을에 왠 영화관? 영화를 보러 가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한누리 시네마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영화관이 개관할 당시 장수군민들 사이에서도 의아해하는 시선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모내기 허고, 김매다 보면 바쁘기도 허고 피곤혀 죽것는디 누가 영화를 보러 간다고! 헛돈 쓰는겨"그러나 결과는 대성공~! 2010년 11월 개관한 한누리 시네마의 누적관객수는 2만 3천명을 넘어섰습니다. 장수군민들 한명당 영화 한 편 이상은 보았다는 이야기지요. 한누리시네마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어 장수군을 찾았습니다.


장수 한누리 시네마, 새로운 문화활력이 되다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겐 쉬운 극장 나들이가 많은 이들에겐 큰맘먹고 나가야 하는 문화생활이 되기도 합니다. 전북에도 전주, 군산, 익산을제외한 도시에서는 쉽게 영화관을 찾아볼 수 없는데요. 때문에 영화를 보기 위해 도시로 나와야 하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개발과 발전도 중요하지만 그 중심에서 수치가 아닌 실질적인 도민들의 '행복한 삶'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문화생활입니다. 당장 먹고 살 걱정이 먼저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휴식과 여유,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문화는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전라북도가 올해 '삶의 질'을 핵심과제로 삼고 도민들의 문화생활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장수 한누리 시네마도 이런 변화에서 출발했습니다. ‘읍내에서도 서울 명동과 똑같은 날에 개봉 영화를 볼 수 있는 것'. 장수 한누리 시네마는 그야말로 도시에서의 문화생활을 우리 마을 안에서도 보고, 즐길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골의 작은 영화관이라 시설이 걱정되신다고요? 시골 마을에 있는 영화관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물도 내부인테리어도 고품격입니다. 이곳에서 개봉하는 영화는 서울 명동의 모 극장가와 똑같은 최신 영화들. 좌석수를 줄이는 대신 의자 간격도 넓히고 휴식공간도 충분히 마련해 놓아 주 소비층인 어르신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이제 멀리가서 영화 볼 필요 없어요!" 장수군민들의 한누리 시네마 사랑

한누리 시네마 찾아가는 길을 물으며 놀랐던 사실은 초등학생부터 팔순 노인에 이르기까지 영화관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장수군민들의 영화 사랑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요. 자연스럽게 장수군민들에게 '한누리 시네마'에 대해 물었습니다.


영화관나들이를 누구보다 반기는 사람은 바로 아이들입니다. 티비에서 보던 최신영화를 이곳으로 달려와 바로 볼 수 있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고 반기고 있습니다. 영화관에서 귀여운 꼬마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한누리영화관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친구네 가족들이랑 모여 자주가 가요. 화질이 선명하고 화면도 넓어서 집에서 TV로 보던 거하고는 확 달라요."
역시 아이들은 보는만큼 배울 수 있습니다. 장수 한누리 영화관은 아이들에게 영화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중요한 곳입니다.


가까운 곳에서 영화를 볼 수 있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아이들의 문화생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정창일 학생은 멀리 나가지 않아도 저렴한 가격으로 마음껏 영화를 볼 수 있어 제일 좋다고.
"최근에는 [부러진화살]도 보고 [화차]도 봤어요. 예전에는 목돈 모아서 전주까지 가서 봐야했는데, 돈이 있어도 전주까지 가는 걸 부모님이 허락을 잘 안하셨어요. 그래서영화는 거의 다운로드 받아서 봤어요. 집에서 가까우니까 영화보러 간대도 부모님도 반대 안하시고 최신영화인데 영화비도 싸니까 여러모로 좋죠."


영화관은 꼭 영화만 즐기는 곳이 아닙니다. 장수군에서는 팝콘과 콜라를 이 곳 한누리 영화관에서만 먹을 수 있어 아이들의 간식으로도 사랑받고 있는데요. 갓 튀킨 팝콘이 먹고 싶을땐 가끔 이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오늘 영화 보러 온 게 아니라 팝콘 사먹으러 온 거예요.^^ 장수에 팝콘 파는 곳이 이곳밖에 없거든요. 수퍼에서 사서 튀겨먹는 팝콘하고는 맛이 달라요. (과연 한누리에서 파는 팝콘 맛은 전주시내 그 어느 영화관 팝콘 못지않게 맛있더군요)"


한누리시네마에서는 최신영화를 3D로 즐길 수 있습니다. 때문에 장수군 뿐만 아니라 무주,남원 등 주변도시에서도 영화를 보러 이곳을 찾고 있다고.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홍정기 학생은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시급도 높고, 최신영화도 볼 수 있어 이곳에서 일하는게 신이난다고 합니다.

"3D 영화를 상영할 때는 인근의 남원이나 무주에서도 영화보러 오시기도 했어요. 여행하시는 분들도 장수읍내가 너무 빨리 조용해지니까 종종 들르시고요. 외국영화 같은 경우엔 자막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어르신들 같은 경우 내용을 잘 모르시는데도 재밌다며 계속 오세요. 개인적으로는 편의점이나 식당, PC방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것보다 페이도 훨씬 높아서 더욱 좋구요." 


장수에서 평생을 보낸 어르신에게 영화관은 고향에 소소한 즐거움을 더해준 고마운 녀석입니다.

"내가 장수군에서 영화를 마지막으로 본 게 17살 때였어. 영화관이 없어진 후론 영화 한 편 보려면 전주까지 가야 했어. 그런데한누리가 생기니까 이제 왕복 두 시간 넘게 전주까지 갈 필요가 없어졌지. 저녁 마실 겸 운동 겸 영화관까지 걸어가서 영화 한 편 보면 시골생활의 심심함도 달래지니 많이 이용하게 되지. 도로만 닦는데 돈을 쓰면 되나.아무리 시골마을 살아도 여가는 똑같이 즐기고 싶은 거야. 만약에 적자가 나서 재정적으로 지원해야한대도 한누리는 당연히 계속 운영해야지"

현재 한누리 시네마는 장수군의 재정의 도움을 받지 않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문예회관을 리모델링 했고, 운영은 민간에게 위탁금 없이 위탁했다고. 주민들의 여가생활도 챙기고 재정적 어려움도 겪지 않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죠.


작은 영화관 하나가 주는 삶의 풍요

한누리 시네마에서 일하고 있는 홍정기 학생은 영화관을 다녀가신 어르신들이 ‘봐도 금방 잊어버링께 뭘 봤는지도 모르것당게.’ 하면서도 재밌있다며 또 오곤 하신다고 말합니다. 영화 자체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영화를 보러오는 행위 자체가 생활의 만족을 높이고 있다는 의미겠지요.

장수의 한누리 영화관은 문화사각지대였던 장수군에 새로운 문화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문화바우처'제도도 마땅한 공간이 없어 활용되지 못했지만 한누리 시네마가 생기고부터는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전라북도는 장수 한누리 시네마를 시작으로 진안과 무주, 순창 등 도내 농촌지역에 작은 영화관을 추가로 설립할 계획입니다. 이제 동네 마실 가듯 영화관 갈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아 보입니다. 그만큼 주민들의 얼굴에도 행복한 미소가 번지겠지요. 스스로 문화생활을 하며 행복한 삶을 즐기는 것. 이 작은 영화관이 도민들의 삶에 절대 작지않는 이유입니다. 앞으로도 전라북도 곳곳에서 행복한 문화생활을 책임질, 작은 영화관들의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 / 신영철 전라북도 블로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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