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건축과 문화 유산

하늘을 향한 뜨거운 염원이 서린 곳, 이탈리아 피사와 두오모 광장

chamsesang21 2012. 2. 6. 09:14

문화재청
작성일 2012-01-25 조회수 77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을 찾는 사람들
피사가 속해 있는 토스카나는 곡창지대다. 이탈리아에서는 가장 풍요로운 농업지대이기도 하다. 토스카나의 여러 도시들이 이런 경제력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다채로운 개성을 지닌 중소도시들이 토스카나 전역을 고루 발전시켰다. 중앙에는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운 피렌체가 있고, 남쪽에는 중세의 고도 시에나가 있다. 동남쪽으로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찍은 아레초가 있고, 북서쪽에는 미켈란젤로가 조각을 만들기 위해 대리석을 채취하던 카라라와 오페라 <나비부인>의 작곡가 푸치니의 고향 루카가 있다. 피사는 피렌체 중앙을 관통하고 흘러가는 아르노 강을 따라 가다가 티레니아 해협에 못 미쳐 위치하고 있다. 피렌체에서 기차나 버스로 한 시간가량 걸리지만, 국제공항이 있어서 비행기로도 접근할 수 있는 도시이다.

피사는 로마시대 이전부터 에트루리아 문명이 존재했다. 중세에는 막강한 해군으로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베네치아, 제노바 등의 도시국가와 더불어 이탈리아 반도를 대표하는 3대 해군이었다. 그러나 점차 강성해지던 피렌체에 흡수되면서, 피사는 역사의 중심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거대한 선박들이 드나들던 피사 항구는 아르노 강의 퇴적작용으로 인해 물길이 줄어들었고, 더 이상 해양 도시로서의 면모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과거의 영화에 비하면 현재의 피사는 무척이나 왜소해 보인다.

피사는 인구가 10만 명이 채 되지 않는 도시다. 중세의 성곽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고, 기차역에서 길을 건너 도심으로 들어가다 보면 이탈리아 통일의 영웅 가리발디의 동상이 눈에 들어온다.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보다 관광객들이 더 많아 보인다. 그 많은 관광객들이 피사를 찾는 이유는 단 하나, 사탑때문이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기적의 공간
이탈리아에는 각 도시를 대표하는 대성당들이 있다. 로마의 베드로 성당, 피렌체의 두오모, 밀라노의 두오모,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성당 등이 각각의 도시를 상징한다. 두오모는 중세의 대성당을 뜻하는 말이다. 피사도 막강한 해군과 상업력을 바탕으로 도시의 권세를 알리기 위해 대성당을 지었다. 1064년부터 수백 년에 걸친 대역사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와 더불어 대성당을 둘러싸고 세례당과 종탑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종탑은 원래 대성당의 부속건물로 사용할 목적이었으나 건축사상 유래가 없는 기울어짐 때문에 대성당보다도 더 유명해지게 된다.

남쪽의 토질이 부드러워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지반 침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공사 도중에 기울어진 것을 발견했지만 기울기를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사탑이 완성되기까지는 세 번의 공사기간에 걸쳐 177년이 소요되었지만, 완성되었을 때부터 기울어진 상태로 800년이라는 시간을 삐딱하게 서 있는 것이다. 지반 침하라는 원인이 밝혀지기는 했지만, 사람들은 이를 기적처럼 받아들인다. 이탈리아 정부는 사탑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전 세계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건물의 안전을 위해 수차례에 걸쳐 공사가 진행되었다. 사탑이 더 이상 기울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건축학적 시도들이 이루어졌다.

이런 특이한 역사를 거치면서 피사의 사탑은 콜로세움과 더불어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건축물이자 볼거리가 되었다. 전 세계의 여행자들이 오로지 사탑 하나를 보기 위해서 중심에서 약간 벗어난 외진 소도시까지 찾아오는 것이다.

피사의 대성당 광장은 ‘기적의 광장’이라고도 불린다. 이탈리아의 대문호 가브리엘레 단눈치오가 자신의 소설에서 ‘기적의 광장’이라고 쓰면서 많은 이들이 그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의 표현처럼 두오모와 세례당 그리고 피사의 사탑으로 구성된 대성당 광장에 가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기적처럼 느껴질 것이다. 웅장한 두오모와 세례당, 기울어진 사탑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낯섦과 경이로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간이 계획한다고 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800년 동안 기울어진 상태로 하나의 건축물이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피사의 도시 구조는 로마나 밀라노, 피렌체 등과는 다르다. 대부분의 도시는 대성당이 도시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피사의 대성당 광장은 드물게 도시 북쪽에 위치해 있다. 도시의 북쪽 방벽으로 보호받는 듯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들 중에서 이처럼 기차역과 광장이 떨어져 있거나, 광장 자체가 도시의 중심부에서 벗어나 있는 곳은 드물다. 그래서 역에서 내려 두오모 광장으로 향하다 보면 피사 중심가 전체를 지나치게 된다. 여행자들에게는 오히려 가슴 설레는 산책길이 되는 것이다.

사탑까지 가는 거리가 꽤 먼 탓에 걷다가 길을 물어보려 치면, 모든 피사 사람들은 사탑 쪽을 가리켜준다. 피사에 온 외지인들이 찾아가는 곳은 100% 사탑일 것이 빤하리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피사의 사탑을 찾아가는 여행자들은 굳이 피사의 사탑이라는 표현까지 쓸 필요도 없다. 물어보려는 제스처만 취해도 벌써 모든 사람들이 도시의 북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기 때문이다.

피렌체에서 피사는 기차나 버스로 갈 수 있다. 교통편은 넉넉한 편이다. 구릉지대를 따라 형성된 작은 마을들이 보인다. 차창 밖으로는 산들바람이 분다. 토스카나의 경치를 이루는 푸른 초원이 펼쳐지고 올리브나무, 포도나무, 사이프러스나무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미항 제노바에서는 기차를 타고 접근할 수 있다. 해안선을 따라 달려가는 기차에서 바라보는 옥빛 티레니아 해협에 빠져들 것만 같다.

역에서 내려 아르노 강을 건너면 도시로 진입한다. 도시 자체는 고전적인 풍모가 엿보인다. 도심을 따라 걷다 보면 이탈리아의 여느 도시들처럼 친밀감이 느껴진다. 도시의 규모에 걸맞는 아기자기한 카페와 식당들, 재래시장에서는 물건 값을 깎기 위한 흥정이 진행 중이다. 떠들썩한 이탈리아다운 풍경이다.

30분가량 걸었을까. 도시의 성벽이 모습을 드러낼 때, 왼쪽으로 꺾어지면 주로 흑인인 행상들이 물건들을 보여준다. 짝퉁 고급시계에 사진과 엽서들, 각종 기념품들이 그들이 주로 파는 상품들이다. 그들을 지나치자마자 멀리 사탑이 보인다. 그 자리에서 보면 왼쪽을 향해 위태위태하게 기울어져 있다. 사탑이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던 사람들조차 잠시 멈춰 서서 놀라게 만든다. 사진으로, 가이드북으로 수 없이 봐온 풍경이지만, 막상 사탑을 실제로 접했을 때 단눈치오가 표현한 대로 기적이라는 게 존재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중세의 시간이 머무르는 광장의 풍경
언제나 광장은 전 세계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사탑 입장 티켓을 사려는 사람들로 줄은 길게 늘어서 있다. 한여름의 햇살은 먼지 한 점 없이 맑은 대기를 관통해서 사람들에게 쏟아진다. 눈이 부시다. 시원한 젤라토의 달콤함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사탑의 안전을 고려해서 입장시간과 인원은 철저하게 준수된다. 한 번에 스무 명 정도밖에 들어갈 수 없다. 전회 입장객이 다 내려온 다음에야 다음 순서 입장객들이 올라간다. 사탑의 계단은 모두 207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오르내렸는지 계단은 반들거리고, 중앙은 움푹 파여 있다. 갈릴레이가 낙하의 법칙을 실험했다는 전설(실제 갈릴레이의 낙하의 법칙 실험은 이곳에서 행해지지 않았다.) 때문에 오르는 발걸음은 더욱 설렌다.

사탑의 높이는 55.86미터다. 나선형의 계단을 빠르게 걸어 올라가면 살짝 어지럼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사탑 정상에 올라서는 순간, 그렇게 높지 않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피사 시내 전체가 발아래 놓인다. 거대한 대성당, 아름다운 세례당, 마치 중세로 돌아온 듯하다. 거대한 숲과 들판들이 초록으로 도시를 감싼다. 여행자들은 기울어진 탑 위에서 잠시 세상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그것이야 말로 여행이 주는 자그마한 기적의 순간일 것이다.

글•고형욱 여행칼럼니스트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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