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건축과 환경

생태에 대한 진정성, 시화호를 살리는 그의 힘

chamsesang21 2011. 8. 24. 23:42

제목 생태에 대한 진정성, 시화호를 살리는 그의 힘
작성자 문화재청
작성일 2011-08-11 조회수 58

 

오로지 지닌 것은발품

시화호의 비극은 1987, 그 해로부터 7년에 걸친 시화방조제 공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됐다. 56.5제곱킬로미터 면적의 시화호는 전체 면적 중에서 2/3가 갯벌이다. 방조제 공사가 진행되면서 이 갯벌로 유입되는 바닷물이 점차 줄어, 시화호의 갯벌이 품고 있는 것들이 빠르게 썩어갔다.

 

“그때 이곳이 전부 새까만 간장 색깔이었어요.그어떤 생물도살 수 없는 수준이었지요.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갯벌 속에 묻혀 있는 조개류들이 썩어가면서 아주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어요.”

시화호지킴이 최종인 씨는 15년 동안 이곳의 생태를 사진으로, 영상으로 바지런하게 기록해 왔다. 이를 통해 재앙을 안고 있는 호수의 모습이 여과 없이 담겨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다. 그렇게 얻은 여론의 힘으로 간석지 개발과 담수화 계획을 막았고, 1997년에는 바닷물이 다시 흘러들었다. 조개며 바지락, 숭어들이 다시 살아나 생명의 새로운 터전을 만들어 나갔다. 시화호에는 언제나 최종인 씨가 곁에 있다. 그 시간 동안 자연과 생태가 시화호로 돌아왔다.

 

 

 

“이곳에는 많은 수의 희귀조가 서식하고 야생동물이 뛰놀고 있어요. 시화호의 많은 생명들을 발견하고, 돌보는 일을 하면서 자연의 회복력에 감탄하곤 합니다. 이 많은 생명들을 더욱 건강하게 살리기 위해서는 오로지 발품 파는 수밖에 없습니다. 생명의 온기를 찾아다니고 끊임없이 기록하는 일이, 환경오염의 대명사라는 시화호의 아픈 이름을 지워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안산시청 환경교통국 생태자료실에서 잠시나마 이야기를 나누고 시화호로 가는 길, 최종인 씨는 오늘도 촬영장비를 챙겨 걸음을 내딛는다. 검은머리갈매기 둥지 최초 발견이라든지 희귀조 조롱이 발견은 어쩌면 지극히 부수적인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다친 동물을 치료하고, 밀렵꾼·낚시꾼의 불법행위를 단속하며, 생태계를 낱낱이 사진에 담아냄으로 해서 시화호에 희망을 부른다. 생명을 부른다.

 

죽음의 호수, 역사와 생명을 품다

시화호의 모습과 가치는 천천히 변화하고 있다. 환경오염의 대명사에서 다시 살아난 호수로, 공룡알화석산지의 발견을 통한 문화재적인 가치 부여까지. 다만 자연과 환경, 생태에 중점적인 초점이 맞춰져 있던 시화호가 약 1억 년 전 공룡의 주요 서식지로 추정할 수 있는 180여 개의 공룡알을 품고 있었음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시화호를 보는 다각적인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

 

 

 

“딱새를 찍으려고 이곳을 돌아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갯벌 위에퇴적층의 지형이 우뚝 솟아있어 살펴보는데 퇴적층 사이로 알 모양 같은 것이 둥글게 박혀 있지 않겠습니까. 주먹보다 작은 것도 있고, 14cm나 되는 것도 있고. 처음 발견했을 때는 뭔지 몰랐지만 예사것이 아닐 거란 생각에 이곳저곳 자문을 구했고, 공룡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요.” 최종인 씨가 시화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공룡알화석산지를 보러가는 길이 그리 힘들지만은 않다. 그 옛날 시화호의 갯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장화를 신고 갈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기다란 나무 탐방로가 화석산지까지 이어져 있다. 탐방로를 이용해 걸어도 땀이 제법 나는데, 계절을 가리지 않고 갯벌을 끊임없이 밟았을 최종인 씨의 발걸음, 그 시간들이 유난히 무겁고 진중하게 느껴진다.

 

“이 시화호를 생태와 천연기념물을 만날 수 있는 세계적인 탐방지로 만들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살릴 수 없을 것 같았던 호수가 이렇게 다시 되살아났고, 또 유구한 역사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임을 알 수 있게 되지 않았습니까.” 최종인 씨가 지니고 있는 것은 오로지발품이었다. 그에게 생명을 대하는 진정성이 있었기에, 1억 년 전 생태의 역사까지 고스란히 품게 된 것이 아닐까. 그의 꾸준한 걸음이 만들어낸 시화호지식’. 최종인 씨는 지금도 여전히 시화호를 찍고, 살리고, 품고있다. 그는, 시화호의 참모습을 열어간다.

 

글ㆍ박세란    사진ㆍ최종인, 최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