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금자리보다 임대주택과 시장자율로 / 김용희 | |
보금자리는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하는 주택이다. 그린벨트를 푸는 것은 국토의 시드머니, 종잣돈을 사용해 버리는 정책이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쉼터이다. 도시의 재생공간이며 도시의 휴식처이다. 런던이나 시드니를 가보면 수령이 수백년 된 거목들이 울창한 공원들이 도시 곳곳에 있는 것을 본다. 쉼표와 휴식공간과 여백이 없는 도시는 미래가 없다. 여백은 동양화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우리의 삶도 여백과 휴식이 필요하듯 도시도 여유공간이 필요하다. 바람직한 도시계획은 도시가 자연 속에 있는 것이다. 청계천 같은 인공공간이 아닌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자연공간이 필요하다. 도시계획이 잘된 도시들은 모두 자연 속에 도시가 있다. 그린벨트를 푸는 것은 미래를 푸는 것이다. 만들어진 자연, 인위적인 자연은 자연을 위장한 인공이다. 현 정부는 지금 가이드라인도 없이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있다. 정책은 다음 정부를 고려한 지속가능한 정책이어야 한다. 정책은 다음 정권에도 정책적 자원을 남겨줘야 한다. 현재의 집값 안정이 미래 공간의 훼손, 미래 자산의 소진을 담보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파종 씨앗까지 소비하면 다음 해의 농사는 무엇으로 지을 것인가. 개발 시기를 넘어오면서도 지켜낸 개발제한구역, 우리의 도시정책 중 가장 잘된 것이 그린벨트라 한다. 그린벨트 해제 없이 집값을 안정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른바 중고주택 시장, 기존의 집값은 반값아파트인 보금자리주택의 대량공급으로 시장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시장이 실종됐다. 거래가 단절됐고, 유통이 중단됐다. 주택도 자산이며 시장재이다. 국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집값이 저렴하다는 것은 바람직하나, 집값이 계속 추락하면 경제에 미칠 파장도 고려해야 한다. 서민가계 빚이 700조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잠재된 폭탄이다. 서민과 주택건설업체 사이의 형평성도 문제이다. 중고주택 시장은 빈사상태인데 미분양 주택에 대해서는 정부가 애초 5000억원이던 예산을 대폭 확대해 3조원의 자금을 풀어 구입해준다 한다. 친기업도 좋지만 서민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 보금자리는 국가가 주도하는 주택로또고, 주택투기이다. 보금자리를 공급해도, 전체 물량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보금자리로 공급되는 주택 수도 하향 조정해야 한다. 올해도 보금자리 공급 물량은 18만가구에 분양주택이 7만가구이다. 차후에 분양으로 전환될 물량까지 합하면 보금자리 중 분양주택 수의 비율이 과반이다. 정부 공급 주택은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주택이어야 한다. 시장재·투자재로서의 주택이 아닌 생활공간으로서의 주택이어야 한다. 보금자리 정책은 시장이 만들어 오던 투기를 정부가 주도하는 셈이 되고 있다. 기존 집값을 잡는 것만이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자산거품은 해소돼야 하나, 현재처럼 공급량의 40%를 보금자리로 채우면서 친서민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복권 분배하는 정책은 재고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주택시장은 이원화되어야 한다. 즉 시장에 맡기는 자산으로서의 주택과 최소의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복지 차원의 주택으로 구분돼야 한다. ‘복지주택’과 ‘시장주택’을 혼합해버린 현재의 보금자리는 주택정책의 기초까지 무시한 정책이다. 노자의 ‘무위사상’은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인위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라 한다. ‘도가도는 비상도’하여 정책이라고 이름 붙이면 이미 정책도 아니란다. 지금 우리가 한번 되새겨봐야 할 경구이다. 최선의 정책이란 정책이 없는 것처럼 작용하는 정책일 게다.
김용희 서울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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