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건축과 문화 유산

선비의 품성을 지닌 무예 택견

chamsesang21 2009. 7. 22. 16:20

월간문화재사랑
2009-07-09 오후 04:43
 

       







  
상생과 소통의 무예
 

상대를 공격하기 보다는 자신을 보호하고 상대에게 상해를 주기보다는 제압하는 순간까지 상대를 배려하는 무예가 택견이다. 택견은 부드럽고 곡선적인 몸놀림으로 상대를 순식간에 제압한다.하지만 제압당한 상대가 다치지 않고 스스로 물러나게 만든다. 투기적인 개념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내용이다. 하지만 택견에서는 가능하다. 나 보다는 상대를 생각하고 우리를 생각하게 만드는 무예, 직선적이고 강직하기보다는 부드럽고 곡선적인 무예, 한 번에 매료되기 보다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빠져들게 만드는 무예가 택견인 것이다. 택견의 몸놀림을 보면 마치 한 마리의 학이 움직이는 듯 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택견의 탄력적인 공격기술 보면 마치 매가 사냥감을 포획하는 순간처럼 빠르고 강렬하다. 택견예능보유자 정경화는 직선적이고 딱딱한 무술은 그 생명력이 길지 못하지만 부드럽고 곡선적인 무예는 그 생명력이 길어 남녀노소 누구나 오랜 기간을 수련할 수 있으며 또한 그 맛에 빠져들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 택견의 부드럽고 곡선적인 몸놀림은 끈질긴 생명력을 발산시키며, 무언의 동작과 공방 중에 상대를 배려하며 상대와 소통을 이어지게 한다.


  택견의 전승계보                                               
 










택견은 고구려시대 이전부터 전승되어온 전통무예로서 굳건한 기상과 호연지기를 바탕으로 삼국통일의 근간이 되었으며, 고려시대에 와서는 호국무예로서 나라의 기강을 세우는데 일조하였으며,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민중무예로서 민초들의 애환과 삶을 대변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의 모든 문화가 그러하듯이 택견 또한 일제의 민족문화말살정책에 의해 인멸의 위기가 왔으나, 몇몇의 뜻있는 택견인들에 의해 면면히 전승되어져 왔다. 해방 후 종로택견의 명인인 임호에 의해 전승되었고, 초대 보유자 송덕기는 임호에게 전수받아 근대 택견의 전승이 시작되었으며, 송덕기를 사사한 신한승에 의해 무예분야 중 유일하게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게 된다.

1983년 6월 1일자로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로 지정된 택견은 송덕기와 신한승이 초대보유자로 인정되면서 보급의 기틀이 세워지는 듯하였으나, 택견을 배우고자 하는 이는 더욱 적어졌다. 신한승은 어려서 종조부 신재영에게 택견을 배웠으며, 1970년대에는 송덕기를 비롯하여 이경천, 김홍식에게도 전수받아 각고의 노력 끝에 그 누구도 시도조차하지 못했던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이라는 대업을 이루게 된다. 신한승은 택견의 정립과 체계를 세우는데 평생을 바쳤다. 신한승이 택견의 뿌리를 내렸다면 그의 제자인 2대 예능보유자 정경화는 택견의 줄기를 세웠다고 하겠다.

육군사관생도가 꿈이 였던 정경화는 결핵으로 말미암아 학업을 중단하고 인근산으로 들어가 삶의 중대한 시기를 맞게 되었으나, 강인한 정신력으로 몸이 회복되었고 신한승을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택견을 전수하게 된다. 하지만 택견의 전수는 쉽지 않은 길이었으며, 스승께서는 절대 택견을 업으로 삼지 말라는 당부까지도 하셨지만 올곧은 대나무 같은 정경화는 택견을 업으로 험난한 여정을 시작하였으며,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 택견의 2대 예능보유자로 인정된다. 정경화는 택견의 국민적 보급과 발전을 꾀하였으며, 택견인의 숙원사업인 택견전수관 건립과 무엇보다도 택견의 원형을 올바르게 계승하기 위해 전문지도자의 양성과 그리고 택견의 세계화를 위해 정진하고 있다.


  택견의 실체
 

모든 무예가 그 만의 수련방식과 체계가 있다. 택견의 수련체계는 우선 혼자 익히기이다. 스승에게 배운 동작들을 혼자서 수련하는 단계인 것이다. 두 번째는 마주메기기인데 이 과정에서는 상대와 반 약속 하에 혼자 익히기에서 배운 기술들을 주고받는 연습이며, 마지막으로는 견주기가 있는데, 견주기는 상대와 나의 실력을 단순히 겨루어 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통해 나를 알 수 있는 과정이다. 견주기는 발차기 없이 걸어 넘어뜨리는 기술로 승부를 결정짓는 대걸이와 대걸이 형태에 발차기까지 구사하여 승부를 내는 맞서기로 구분된다.

택견의 구성요소는 품밟기, 활갯짓, 발질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무술에서는 거의 공격기술과 방어술로 구성되어 있지만 택견은 품밟기라는 독특한 삼박자의 보법을 제일순위의 구성요소로 치며, 두 번째가 활갯짓이라는 독특한 곡선적인 몸놀림이다. 그리고 마지막이 공격기술의 총체적인 요소인 발질이다. 발질은 말 그대로 발로 하는 모든 기술을 뜻한다. 이러한 택견의 특징은 다양하다. 첫째 외유내강의 곡선적인 무예이다. 이말 한마디가 택견을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리라, 두 번째 특징으로는 자연스러운 여유와 멋을 창조하는 것이 택견이다. 세 번째는 공격과 방어, 걸이기술과 발질이 어우러진 실리적이고 복합적인 무예이다. 부드러움을 매개로 하지만 공격과 방어 기술이 다양하고 발로차고 걸어 넘기는 등 모든 기술을 다 사용하는 것이 택견이다. 다시 말해 택견은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우리문화의 특징인 융합성과 전체성을 가지고 있는 전통무예의 원형이며 모든 무술의 기본이라 하겠다.

택견의 정신은 ‘참’이다. 이는 조선의 선비정신을 계승한 사상으로서 거짓됨이 없이 진실되며 자연의 순리에 역행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의미한다. 이러한 택견의 정신이야 말로 택견의 실체를 유감없이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택견의 발전방안
 

 택견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택견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무예계에서 보더라도 큰 결실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무예분야 최초이며 유일한 중요무형문화재의 지정은 우리나라 무술계에 한 획을 긋는 중대 사건이다. 하지만 무형문화재의 지정이 단편적으로 좋게만 받아들일 일인가를 되짚어 본다면 그러하지는 않다. 조선시대에 민중 사이에서 성행했던 택견이 현시대에 와서는 중요무형문화재라는 중병선고를 받고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는다는 의미이다. 즉 국가가 나서서 보호해주지 않으면 스스로 살아날 수 가 없다는 의미인 것이다.

현시점에서 해석이야 어찌되었든 택견의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은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를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근·현대무예사의 가장 의의 있는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여기서 안주하여서는 안 되며 전통문화를 매개로 대중 속으로 파고들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택견을 활용한 생활체육화, 대중화를 위한 방안의 모색과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태극권이 중국인의 생활체조화 된 것처럼 택견도 국민의 생활체육속에 파고들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무예로서 성장하여야 한다.

택견은 이제 한국만의 문화유산으로 남지 말고 세계 속의 문화유산으로 발돋움 할 때이다. 국제사회는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국제적인 보호조치는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시급한 문제라 지적하고 있다. 특히 무예분야는 더욱 절실하다. 그러므로 택견은 UNESCO 무형유산대표목록에 등재를 통해 전 세계인이 대한민국을 찾아와 택견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보고 배우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이미 태권도는 한국적인 문화가 아닌 전 세계인이 공유하는 다국적 문화라 할 수 있겠다. 이제는 택견이 대한민국의 전통문화로서 국내외로 발돋움하여 택견의 웅혼한 기상이 지구 전역에 펼쳐지기를 기대해본다. 



글 · 종근 고려대학교 박사과정 중요무형문화재 제 76호 택견이수자     사진 ·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