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편향된 시각을 하나 가지고 있다. 그건 한옥이 상류층에 의해 주도적으로 발전했다는 자기최면이다. 그런 편향된 시각이 도달할 수 없는 곳은 민속주택이라는 범주로 설명을 시도한다. 그러나 요즘은 이러한 민속주택조차 양민의 것으로 두지 못하고, 양반들의 주거문화가 민속주택에 침투되는 과정을 쫓는 논문들이 나오는 추세다.
하지만, 한옥은 철저하게 민중이 주체가 된 주거양식이다. 여기서는 그것을 열의 효율성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열의 효율성은 지배계층보다 하층의 양민에게 좀더 절실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유럽만 보더라도, 상층에 있는 이들에게는 열의 효율성보다는 권위성과 사치성이 집의 문화를 주도하고 있었다. 귀족들이 열의 효율성을 추구했다면, 돌로 만든 유럽의 성이 그렇게 대대적으로 지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실제 직접 현장에서 추위와 싸우며 일할 필요가 없었고,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땔감이 있었기 때문에 열의 효율성은 두 번째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옥의 마당은 민중이 얼마나 열효율에 집착하는 지를 잘 보여준다. 나는 이미 ‘즐거운 한옥읽기 즐거운 한옥짓기’라는 책에서 마당의 출현을 열의 효율적 이용에 기인한 것으로 보는 관점을 이야기했다. 얼마 되지 않는 땔감을 가지고 가장 효율적으로 몸을 단속할 수 있는 것이 구들이기 때문이다. 구들이 없다면, 집안에서 불을 피우기 위해서는 지붕을 뚫어 놓아야 한다. 연기를 빼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옥은 집(방) 안에 연기를 피우지 않으므로 밖의 추위에서 건물 내부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었다. 그것이 구들이다. 구들의 출현은 우리 주거문화를 다른 나라의 주거문화와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었다.
따뜻한 공간을 확보함으로 해서, 굳이 중정이라는 건물 내부에 활동공간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방안에 연기와 재가 없는 따뜻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추위와 싸워가면서 일한 후 몸을 온전하게 쉬게 할 수 없었으므로, 활동 공간을 건물 내부로 가져와야 하고, 그러다보니 활동공간과 휴식공간을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 효율적이었다. 그러나 한옥은 이미 이런 문제를 해결하므로 해서, 활동 공간을 집 밖으로 내고, 휴식 공간을 따뜻하게 보존했다. 이런 과정에서 마당이 나타난 것이다.
평사량집이 열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나왔다는 주장이 있다. 조성기 씨가 ‘한국의 민가’에서 주장한 것이다. 나는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를 보낸다. 평사량은 반오량집과 다르다. 반오량집은 중도리 한 줄이 없는 집을 말한다. 이에 비해 평사량은 마루도리가 없는 집이다. 마루도리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평사량은 큰 부재를 구하기 힘든 민가에 많이 나타난다. 평사량이라고는 하지만 마루도리가 있는 집과 외형상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이는 지붕 속 공간을 짚 등으로 채우기 때문이다. 이는 지붕 속에 짚 등의 채움이 많아서 집의 단열성을 높인다.(한국의 민가p247, 조성기, 한울)
안동의 뜰집의 발달과정을 겹집에서 출발했다고 보는 관점이 있다. 겹집 역시 양민의 주거 양식이다. 양민의 주거양식인 겹집이 건축기술의 발달에 의해 회첨 등을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뜰집으로 변화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나의 관점이다. 여기에 중국 중심의 사고방식이 합해지면서 뜰집이 등장한 것이다.
많은 학자들이 곱패집을 서울 경기 지역의 주요 평면 형태라는 점에서 이를 양반의 것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이것을 근거로 해서 영동지방의 겹집까지 해석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런 주장을 하는 논문들은 방과 마루 부엌의 단순한 조합을 확대해석 하여 주거문화의 하향식 발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나의 입장에서 이는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서울 곱패집 역시 열 효율성이라는 관점에서 나는 본다. 우리는 사계가 뚜렷하여 계절마다 바람의 방향과 세기가 다르다. 지금 내가 사는 집은 겨울의 북서풍이 불어오는 쪽에 ㄱ자의 모서리가 온다. 여름에는 ㄱ자의 안쪽으로 바람이 불어와 집안 전체로 바람을 들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ㄱ자 집은 부엌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ㄱ자집은 부엌 양쪽에 불을 들여 방 두 개를 따뜻하게 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형태는 중부지방보다 북쪽에서 발달한 형태지만, 그 형태가 중부지방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구들은 북에서 남으로 이동해 왔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남쪽에서는 통풍에 좀더 신경을 쓰는 방향으로 발전한 것이다.
한옥은 열의 효율성과 밀접한 관계에서 그 발전과정을 살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열의 효율성은 기층 민중에게 절실하게 중요했던 것이다. 다른 문화와 달리 한옥은 상향식으로 발전해 왔다는 것이 나의 믿음이다. 한옥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이런 관점이 새롭게 조명되어야 할 것이다. 한옥연구소
출처 : http://blog.naver.com/eoklsh 한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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